[CEO 칼럼] 브랜딩, ‘간지’ 그리고 행동

입력 2017-06-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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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브랜드 인큐베이팅그룹 ㈜커뮤즈파트너스 대표이사

생물학을 전공했으나 광고의 길을 택했고, 밀레니엄을 갓 지나 서른한 살의 나이에 온라인 광고대행사를 창업했다. 당시 광고라 하면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을 첫째로 꼽았으며, 그것을 브랜딩이라 일컬었던 것 같다.

그 시절에 브랜딩은 말 그대로 ‘간지(‘폼 나다’, ‘멋지다’라는 뜻으로 일본어 ‘간지[かんじ·感じ]에서 유래한 말)’요, ‘자존심’이었던 것 같다. TV라는 매체가 소비자를 독식하던 시대에 광고대행사의 ‘쟁이’들은 그들만의 리그 속으로 주님이라 일컫는 클라이언트를 ‘뭘 좀 아는 광고주’와 ‘판매만 고집하는 무식한 광고주’로 이분화했다.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도 무식한 광고주이기를 원치 않기에 ‘특이한’ 광고, ‘간지나는’ 광고가 브랜딩에 도움을 줄 것이라 맞장구치곤 했던 시대다. ‘이 광고가 제품 판매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은 불문율처럼 그 누구도 꺼내지 않았으며, TV의 매체 영향력과 천문학적인 광고 예산이 ‘브랜딩’의 시작이고 끝이었다.

필자는 당시 1인 대행사를 만들면서 브랜딩보다는 즉각적인 판매에 초점을 맞추는 광고 방식을 택했다. 당시 중소기업은 브랜딩할 예산도 없을뿐더러 광고대행사의 농간에 넘어가 몇 차례 광고의 쓴맛을 맛본 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를 어찌 믿느냐?’, ‘광고 실패하면 누가 책임지나?’, ‘안 팔리면 어떻게 하느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러한 질문들은 마치 브랜딩 광고의 실패를 내 탓으로 돌리는 것 같았다. 수억 원씩 쓰는 것만이 브랜딩이라 믿으며 맞장구를 치더니, 몇 백만 원 쓰는 판매 목적의 광고에 투자수익률을 따지는 모양새가 이중적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광고주에게 이례적으로 독특한 방식을 제안했다. 매체 비용은 우리 회사가 선지급하고, 노출 수 혹은 이벤트 참여자 수에 따라 후불 과금 방식을 하자고 했다. 판매된 제품의 매출을 공유하는 때도 있었다. 몰입한 만큼 좋은 결과가 돌아올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고민한 시간만큼 광고의 효과는 판매로 나타났으며, 광고의 전략이 소비자의 관점에서 전략을 만들어가는 ‘제3자의 객관적 시점’을 가지고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가장 큰 핵심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200여 개의 중소기업 제품을 광고하면서 매스미디어의 환경 속에서의 차별적인 광고 방식을 알아 갔다.

2017년 현재, 매스미디어의 정의는 달라졌고 그 플랫폼마저도 영 생소하다. 플랫폼의 UI가 모르는 것투성이다. 젊은이들이 배우지 않아도 쓰는 것을 나는 이제 배워야 동참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가끔은 선배 중에 얼리어답터인 분들이 있다. 기기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사고(思考) 자체도 젊은이들과 닮았다. 옷매무새며, 위트 있는 줄임말 사용까지 젊은이들과 흡사하다. 모양이 닮다 보니 소통의 형태도 그러하고, 주위에는 늘 2030세대의 젊은 사장들이 함께한다.

나는 어떤가? 나이 마흔 중반에, 자고 나면 바뀌고 새로운 것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이 시대에 환갑을 훌쩍 넘은 선배들을 보면서도 자기만의 것을 찾는 것이 자기 삶에 대한 진정한 ‘브랜딩’ 아니겠냐며 몰입을 주저하고 있지는 않은가. 10여 년 전 그들만의 리그를 싸고도는 광고대행사의 멋모르는 ‘쟁이’들을 탓한 내가 이제는 오히려 ‘브랜딩’을 운운하며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다. 10여 년 전 판촉을 위한 광고에 몰입했던 것처럼 시대에 부딪혀 깨닫고, 배워 가야 할 시대임을 다시금 깨닫는 대목이다. 브랜딩은 핑계가 아닌 ‘행동’임을 되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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