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36. 문정왕후(文定王后)

입력 2017-06-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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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사화 통해 천하를 장악한 철의 여인

문정왕후(文定王后·1501~1565)는 중종의 세 번째 왕후다. 윤지임(尹之任)의 딸로 1517년 열일곱에 왕후가 되었다. ‘문종실록’에서 사관은 문정왕후에 대해 “천성이 강하고 사나우며 문자를 알았다”고 평했다.

중종에게는 3명의 왕후가 있었다. 그중 두 번째인 장경왕후의 아들이 중종을 이어 즉위했다. 곧 인종으로 불행하게도 8개월 만에 세상을 떴다. 이어 1545년 명종이 열두 살에 즉위했으니 문정왕후의 아들이다. 당시 조정은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으로 불리는 두 외척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었다. 대윤은 인종을, 소윤은 명종을 지지하던 일파를 가리켰다.

문정왕후 입장에서 볼 때 명종의 즉위는 자신과 동생 윤원형이 온몸을 던져 치열하게 싸운 결과였다. 문정왕후는 명종에게 “그대가 왕이 된 것은 모두 우리 오라버니와 나의 공이다”고 강조하면서 정치적 지분을 당당하게 요구했다. 그리하여 8년간 수렴청정을 하면서 정치 일선에 나섰다.

명종이 즉위하자마자 대윤을 포함한 반대파를 대대적으로 숙청해 정국을 확고하게 장악했다. 을사사화(乙巳士禍)였다.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판단한 문정왕후는 과단성 있는 여장부였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여자 임금’이라 부르기도 했다.

문정왕후는 명종이 스무 살이 되자 수렴청정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국왕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연려실기술’에 따르면, “임금 얼굴에 기운이 없고 눈물 자국까지 보인 적이 있었다”고 하며, 심지어 명종이 말을 듣지 않으면 수시로 불러들이거나 때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문정왕후는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병에 걸려 죽은 이유도 손자 순회세자가 어린 나이에 죽자 회암사에서 수십 일 동안 재를 올리다가 몸을 상해서였다. 문정왕후는 신하들의 거센 반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승려 보우(普愚)를 등용해 과감한 정책을 펼쳤다. 대표적으로 선종과 교종을 부활시켜 봉은사를 선종의 본산으로, 봉선사를 교종의 본산으로 정하고 승과(僧科)도 설치했다.

문정왕후가 누린 천하는 20년간이나 지속되었다. 여성이 장기간 권세를 누린 이 사례는 조선의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나 평가는 혹독한 편이다. 당시 재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학자 조식(曺植)은 문정왕후의 국정 개입을 “깊은 궁 안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은” 여성의 빗나간 야망으로 평가했다. 사후에도 권력을 남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이교(異敎, 불교를 뜻함)를 깊이 믿어 신봉한’ 여성으로 기록되었다.

오늘날 여성 리더십을 말할 때 따뜻한 감성과 포용력을 큰 장점으로 꼽는다. 그런 기준에서 문정왕후의 리더십은 꽤 호전적이고 냉혹하다. 문정왕후의 장기 집권은 기본적으로 왕의 어머니이기에 가능했으나 권력에 대한 집념과 추진력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문정왕후의 존재는 여성의 다양한 리더십 창출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유형이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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