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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도받고 16㎞ 달린 ‘푸조 2008’이 고장 났어요”

박선현 산업1부 기자

“16㎞ 달린 새 차가 고장 났어요. 그런데 본사는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딜러랑 얘기하래요. 딜러는 엔진 교환권이라도 받고 끝내라 하고요.”

회사 후배가 최근에 ‘뉴 푸조 2008’을 샀다. 고가 모델인 탓에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주행 안정성이 대폭 강화됐다는 말에 갓 두 살 된 딸아이를 생각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인도받은 후 16㎞를 달리자 계기판에 ‘Warning(주의)’이란 글자가 떴다. 친환경 촉매재인 요소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는 경고문이었다. 주행 성능과 관계없는 오류였지만, 이제 막 시동을 건 새 차에서 이해할 수 없는 증상이었다.

본사에 전화를 건 후배.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모르쇠’였다. 담당자는 딜러에게 책임을 전가했고, ‘엔진오일 교환권이라도 챙겨주겠다’는 회유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수입차들의 결함 모르쇠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재작년 한 남성은 시동 꺼짐에 묵묵부답(默默不答)으로 일관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태도에 불만을 갖고, S63 AMG 차량을 골프채로 내리쳐 해외 언론에까지 소개됐다. ‘디젤 게이트’로 리콜 명령을 받은 폴크스바겐은 100만 원 바우처로 ‘퉁치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딜러에 의존하는 판매 체계, 법적 강제력을 갖지 못하는 분쟁 기준 등이 이유로 거론되고 있지만, 일차적 원인은 한국 시장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들의 리콜 시정률은 44%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소비자를 그야말로 ‘봉’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드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의 말이다. 서울모터쇼 참석차 한국을 찾은 타 수입차 임직원들도 비슷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Important(영향력이 큰)’의 의미는 뭘까.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감언이설(甘言利說)이었을까.

한국 소비자들은 이제 똑똑해졌다. 구매자를 ‘봉’으로 여기는 그들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수입차에 대한 불신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레몬법 시행에 앞서 한국을 판매 파트너로 여기는 그들의 진정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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