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버블경기 다시 시작됐나...3가지 전조가 나타났다

입력 2017-03-28 10:58 수정 2017-03-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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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잘 나가던 일본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본을 장기 침체의 터널로 몰아넣었던 거품경기 조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올 1월 1일 기준 공시지가에 따르면 일본의 공시지가 전국 평균은 1년 전보다 0.4% 올랐다. 지난해 8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일본의 전국 평균 공시지가는 이로써 2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상업지는 1.4% 상승해 전년(0.9% 상승)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일본 전국 최고 땅값은 11년 연속 도쿄도 주오구 긴자 4초메에 위치한 ‘야마노악기 긴자 본점’이 차지했다. 이곳의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25.9% 상승해 1㎡당 5050만 엔(약 5억753만원)이었다. 이는 리먼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2008년 1월보다 30%가량 비싼 수준이다. 긴자 2초메 ‘메이지야 긴자 빌딩’도 전년 대비 28.9% 올라 1㎡당 3700만 엔으로 세 번째로 비쌌고, 긴자 7초메 ‘ZARA’ 자리도 전년보다 27.1% 상승해 1㎡당 3660만 엔으로 네 번째로 비쌌다. 상업지 공시지가 변동률만 놓고 보면 오사카의 도톰보리 1초메 ‘즈보라야’가 41.3% 뛰어 1㎡당 400만 엔으로 상승폭이 가장 컸다. 그 다음이 35.1% 뛴 소에몬초 46번 ‘크로이소스 신사이바시’로 ㎡당 1290만 엔이었다.

전문가들은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 상업지 공시지가가 20~40% 가까이 올랐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한다. 거품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의 디플레이션 불황이 너무 길어 금융기관의 신용경색과 비정규직 고용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일반 서민이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준은 아니지만 일본 경제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 몇 차례의 버블경기와 불황기를 겪었다. 1950년대 중반 이후 고속 성장을 지속하던 일본 경제는 1980년대 초에는 경제 규모가 미국과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당시 일본의 경제 성장을 견인한 건 수출이었다. 일본은 고정환율제를 고수하며 무역흑자를 이어갔다. 달러·엔 환율은 250엔까지 치솟으며 일본의 수출을 뒷받침했다. 미국 제조업은 강달러로 치명타를 입었고, 만성적자에 시달리게 된다. 이에 미국은 자국에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긴 일본과 독일을 비판, 결국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내 일본과 독일 통화 가치를 대폭 절상한다. 이후 엔화 값이 치솟으면서 일본 수출은 곤두박질치며 경제를 위협할 지경이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막대한 재정지출로, 중앙은행은 통화 완화정책으로 경기 자극을 시도했다. 그러나 기업이고 개인이고 저리로 빌린 돈을 실물 투자로 돌리지 않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렸다. 이에 일본 증시와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3년새 주가는 4배, 부동산 가격은 3배가 뛰었다. 이는 모두 거품의 산물이었으나 서민들은 길제로 경제가 윤택해진 것으로 착각했다. 당시 세간에서는 도쿄 땅을 팔면 미국 땅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지나친 투기로 부작용이 커지자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중앙은행은 1990년초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러자 곳곳에 끼어있던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 무리한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한 서민들을 직격했다. 설상가상 주가도 곤두박질치며 일본은 장기 침체기인 ‘잃어버린 10년’으로 접어들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전문가들은 현재 일본의 상황이 당시를 방불케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불안을 부추기는 또 한 가지 버블경기 조짐은 기업공개(IPO) 기업의 시초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IPO를 실시한 일본 라면전문점 체인 잇푸도(一風堂)는 마더스시장 상장 첫날 매수가 쇄도해 가격이 매겨지지 않아 2일째에 시초가가 2230엔으로 정해졌다. 공모가가 600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3.7배 수준이다.

한편 주식시장에서도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 증시는 엔화 약세와 증시 부양 등을 내세운 아베노믹스 덕분에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도쿄증시의 시가총액은 지난 2015년에 이미 591조3007억 엔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는 거품경제기인 1989년 12월 29일의 590조9087억 엔을 넘어 약 25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아베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의 학원비리 의혹에 연루되면서 겉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다. 심지어 ‘아벡시트(Abexit:Abe+exit 합성)’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아베노믹스 덕분에 유입된 투자 자금이 급속도로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3월 들어 지난 17일까지 일본 주식 순매도는 1조5000억 엔(약 15조원)에 이른다.

그동안 아베노믹스에 열광한 시장은 아베 정권 1기 때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아베 내각에서는 비리에 연루된 각료들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내각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설상가상, 2007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참패했고, 같은 해 9월 아베 정권은 출범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이 다시 출범했고 그로부터 5년여가 흐른 지금, 당시의 악몽이 다시 주식시장을 뒤덮고 있다. 일본 정부가 아키에 여사가 명예 교장으로 있던 학교법인 모리모토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아키에 여사가 100만 엔을 해당 학원에 기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시장은 아베 총리가 중도 퇴진하는 사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권이 흔들릴수록 중앙은행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진다. 일본은행(BOJ)은 물가 목표치 2%를 달성할 때까지 금융완화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금융 완화 효과까지 맞물리게 되면 거품경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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