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보다 큰 기업 나와야죠’ 100조 동문기업 키우는 포공 기술지주

입력 2017-01-26 10:58 수정 2017-01-3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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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포항공대 기술지주㈜ 대표 인터뷰

▲박성진 포항공대 기술지주 대표. (사진제공=포항공대)
▲박성진 포항공대 기술지주 대표. (사진제공=포항공대)

“앞으로 포항공대(POSTECH, 이하 포스텍)를 세운 포스코보다 더 큰 동문 기업이 나와야죠. 30년 내 총 100조 원 정도 규모 동문 기업들을 키우고 이들이 다시 교육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게 목표입니다.”

성공 창업을 돕고자 엑셀러레이팅(신생기업에 대한 투자·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박성진 포항공대 기술지주 주식회사(이하 포공 기술지주) 대표(50)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기술지주는 벤처생태계를 조성해 대학 교육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우수한 인재가 대부분 대기업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벤처창업에 뛰어들어서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에도 최근 주목받는 엑셀러레이터가 생겨나고 있지만 대학이 설립한 엑셀러레이터는 아직 생소하다. 2012년 설립 이래 만 5년차에 접어드는 포공 기술지주는 작년 말 중소기업청이 엑셀러레이터를 벤처를 육성하는 모델로서 정착시키기 위해 등록ㆍ관리 제도를 시행한 이래 최근 첫 등록을 마쳤다. 앞으로 5년간 총 120억 원 규모 투자 계획도 밝혔다.

박 대표는 포공 기술지주의 역할을 ‘대학과 기업을 이어주는 접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학교가 직접 나서 보유한 연구 결과와 기술을 상업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을 상대로 기술이전을 하거나 학생 창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전문적 지원을 제공하고자 대학이 지분 100%를 투자한 기술지주가 출범했다.

포공 기술지주의 역할은 크게 ‘기술이전’과 ‘엑셀러레이팅(신생기업에 대한 투자·지원)’으로 나뉜다. 우선 학교에 귀속된 지적재산권(지재권)을 비롯한 모든 기술의 이전 계약은 기술지주를 통해서 이뤄진다. 박 대표는 “기술지주는 대학이 보유한 지재권의 상용화(商用化) 계약을 대리하고 기술이전료의 25%를 수수료로 받아 돈을 번다”면서 “단 학교에 귀속된 기술을 활용해 교수나 학생이 직접 창업을 할 때는 기술이전료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것을 장려한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50억 원 가치가 됐을 때 5% 정도의 주식을 기술이전료로 내는 식이다.

기술지주는 엑셀러레이터 역할도 한다. 기술지주는 포스텍이 투자한 자본금 30억 원을 기반으로 투자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진행해왔다. 그는 “주로 신생 창업 기업에 대한 엔젤투자와 시리즈A 투자가 대부분”이라면서 “학교는 과거부터 이런 투자를 해왔는데 보유한 벤처기업들 주식의 누적 가치는 400억 원 정도”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화학과 교수가 창업한 의약 부문 기업인 ‘엔비포스텍’의 예를 소개했다. “엔비포스텍은 작년 한독약품에서 90억 원 규모 투자를 받았는데 90억 원 중 30억 원을 기술지주가 가진 엔비포스텍 주식을 사는데 투자했다”면서 “이때 기술지주가 거둔 30억 원 수익은 최초 투자의 18배 정도”라고 소개했다.

작년 포공 기술지주는 85억 원을 벌어들였다. 기술이전료로 50억 원, 엔비포스텍의 주식을 되팔아 거둬들인 수익이 35억 원이다. 이는 전국의 40여 곳 대학 기술지주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재작년까지 보통 연 30억 원 정도 했는데 작년치는 이례적으로 높았다”고 그가 부연했다.

“패스트팔로어에서 퍼스트무버 국가로 성장하려면 대기업만으론 안 된다. 벤처가 꼭 필요하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대기업은 인건비도 비싸고 의사결정구조 복잡하기 때문에 매우 작은 성공확률을 가진 최신 연구에 올인하지 않는다”면서 “가장 효율적인 구조는 성공확률 5%~40% 정도 선까지의 연구개발을 벤처들이 담당하고, 벤처들이 성공확률을 40%까지 키웠을 때 대기업이 벤처를 인수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기술 벤처를 인수한 대기업은 이후 자원을 집중시켜 기술을 완성한다.

이를 위해선 물론 현재의 대기업 위주 경제구조에서 나아가 기술벤처 생태계 정착이 선결돼야 한다. 그는 “기술벤처 중심의 시스템이 확립되기 위해선 대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와 대등한 가치를 벤처들이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 자원”이라고 지적했다. “포스텍에선 매년 300명 정도가 박사를 받는데 그중 200명이 대기업에 간다”며 “100명이 대기업에 간다고 하면 100명 정도는 창업 생태계에 종사해야 대기업과 벤처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비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포스텍에는 현재까지 6조 원이 투자됐고 연구 시설이 2조 원 규모”라면서 “연구 실적도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연구 실적을 기반으로 포스코 같은 우수한 동문 기업들이 나오고, 이들이 다시 모교의 교육에 재투자함으로써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고 설명한 그는 “MIT나 스탠포드의 시스템, 국내에선 포스텍이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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