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대통령님, 힙합 한번 들으세요!

입력 2016-09-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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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산이, 도끼, 더 콰이엇, 치타, 비와이, 보이비…. 요즘 젊은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힙합(Hip hop) 뮤지션이다. ‘데이 데이’ ‘포에버’ ‘호랑나비’ ‘맘 편히’…. 멜론 등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인기가 높은 힙합곡이다. ‘쇼 미 더 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대중의 눈길을 끌고 있는 힙합 프로그램이다.

비주류 음악이던 힙합이 대세로 떠올랐다. 힙합 열풍이다. 거리에 힙합곡들이 울려 퍼지고 CF에 힙합 뮤지션이 모델로 나선다. ‘디스’ ‘스웨그’ ‘랩’ ‘라임’ 등 힙합 용어는 일반인의 일상용어가 됐고 트렌드를 이끈다. 힙합 패션은 유행 패션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힙합의 폭발적 열기는 10~30대 젊은 층에 한정된다.

힙합에 대한 중·장년층의 반응은 무관심에 가깝다. “저게(힙합) 노래냐”라는 냉소가 더 많다. 욕설까지 포함된 일부 가사에 선정성과 폭력성의 잣대를 들이대며 힙합에 대한 우려와 규제의 목소리를 높인다. 방송에 나온 힙합 뮤지션의 팔과 몸에 드러난 문신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낸다.

힙합에 대한 반응은 세대 간에 극명하게 엇갈린다. 힙합에 대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인식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간극은 세대 갈등을 촉발한다.

유행과 대세로 떠오른 음악은 시대를 읽고 대중의 욕망을 간파할 수 있는 실마리다. 1970년대 미국의 가난한 흑인 젊은이들이 자신들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거리의 음악, 힙합은 개인과 대중, 시대의 욕망과 분노 등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경향이 강하다.

힙합은 경직된 시선으로 무장한 기성세대와 정형화한 답만을 강요하는 사회에 신음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탈출구이자 해방구 역할을 하고 있다. 3포 세대의 절망과 흙수저의 비애, 헬조선의 분노가 힙합 음악에 담겨 있다. 그래서 힙합을 들으면 젊은이의 현실을 읽을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하고 있다.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도전과 진취, 긍정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 중 일부다.

‘…아뿔싸, 대한민국 망한 민국 독설을 뿜는다/ 헬조선!/ 언젠지는 몰라도/ 전부 그런지 몰라도/ 먹고살기 버겁다며/ 대한민국 지겹다며/ 사는 것이 지옥이고/ 사는 곳은 지옥이요… 헬조선, 우리나라 지옥/ 탈조선, 이민 떠나지요’ 5월 방송된 SBS 스페셜 ‘헬조선과 게임의 법칙’에 소개된 힙합 뮤지션 MC 메타의 랩이다.

MC 메타의 랩으로 표출된 젊은이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감정과 8·15 경축사에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상황 판단은 정반대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상당수 사회지도층 인사,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정해놓은 시선과 프레임으로 젊은이들의 상황과 문제를 재단하고 판단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의 현실과 고통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다.

“가난한 흑인들의 표현방식으로 시작된 힙합 장르가 등장했을 때 정부가 내용이 너무 공격적이고 가사가 무례하거나 욕설이 많이 들어갔다고 ‘노’라고 했다고 생각해 봐라. 예술을 탄압하는 것은 국민의 꿈과 염원을 탄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역설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힙합을 통해 미국 젊은이의 현실과 고뇌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기성세대에게 기존의 시선과 정형화한 사고의 틀을 내려놓고 힙합 한번 들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그 힙합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현실과 고통, 절망도 헤아려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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