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하이일드채 이자 지급 불능 우려...유럽 은행권 신용불안 고조

입력 2016-02-10 08:20 수정 2016-02-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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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형은행인 도이체방크가 글로벌 은행권 신용불안의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시장조사기관 크레디트사이트의 사이먼 아담슨 애널리스트는 지난 8일(현지시간) 도이체방크가 하이일드채권인 우발적 전환 사채(코코본드)의 쿠폰이자를 내년에 지불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 보도했다. 아담슨 애널리스트는 도이체방크의 영업이익이 예상을 하회하거나 소송비용이 불어날 경우 그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코본드는 유럽 은행들의 자본확충 수단으로 많이 쓰이는 고위험 채권이다. 평소에는 채권처럼 거래되지만 은행의 자본비율이 규제 수준을 밑돌면 주식으로 자동 전환된다. 수익률은 일반 채권보다 높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크다. 배당가능 이익이 없는 경우에는 이자지급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연초 대비 39% 하락했다. 코코본드와 ‘기타 Tier1 채권(AT1 채권)’이라는 고위험 채권 시세도 이 정도 하락했다.

도이체방크의 후순위 채권을 5년간 보장하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스프레드는 지난해 말 187베이시스 포인트(bp, 1bp = 0.01%)에서 그 2배 이상인 438bp로 상승했다. 이는 4년만의 최고 수준이다.

변동성이 극심한 시장 환경에서 수익성이 위협받으면서 존 크라이언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경비 절감과 자본 확충 계획에 대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도이체방크를 포함해 유럽 라이벌인 크레디트스위스, 바클레이스 등은 증권 부문의 야심찬 개혁에 착수했지만, 세계적인 시장의 파란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유가 약세, 안전 지향 투자자들이 처분 매도를 하고 있는 것도 투자은행 부문의 수익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일부 사업 철수 비용이 발생하면서 결국 더 많은 이익을 자본에 통합하려는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고 있다.

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도이체방크는 채무 상환을 위한 자금이 충분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도이체방크 같은 대형은행이 이런 상황에 놓인 건 4년 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도이체방크는 8일 “올해와 내년의 하이일드채권 이자 지급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자금력이 있다”며 “은행의 자본 및 리스크 포지션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독일은 2016년에 약 10억 유로의 지불 능력이 있고 AT1 채권에서 4월에 예정된 약 3억5000만 유로의 이자 지급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중국 화하은행의 지분을 매각해 얻는 자금 등으로 내년 지불 능력은 43억 유로 정도가 될 전망이다.

도이체방크가 발빠르게 수습에 나섰음에도 8일 미국시장에서 도이체방크 주가는 2% 가까이 반등하다가 결국 8% 폭락세로 장을 마쳤다. 같은날 독일증시에서는 9.5% 폭락, 약 7년 만에 가장 큰 낙폭으로 1992년 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도이체방크를 둘러싼 신용불안이 은행권 전반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도 나섰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9일 독일 프랑스 재무장관 회담 후 파리에서 가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려하지 않는다”고 시장의 불안을 일축했다. 옌스 바이트만 중앙은행 총재도 “현재 금융 시장의 변동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성장에 대한 위험의 표현”이라며 도이체방크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도이체방크 위기설이 증시에서 다른 은행주의 동반 하락을 일으키자 도이체방크는 또다른 대책을 발표했다. 9일(미국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이체방크가 수십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재매입(바이백)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500억 유로 미지불 채권 중 선순위채권을 되살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은행이 채권을 액면 가치 대비 할인된 가격으로 다시 사들이는 것은 최근 어려움을 겪는 은행의 자본 이익 창출을 도울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주식 시장에서 도이체방크의 미국예탁증권(ADR)이 하락폭을 축소했다.

그러나 이번 도이체방크의 위기설은 은행권이 안고 있는 환부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부실채권이 막대하게 쌓인 가운데 주요국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체질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채권 거래량은 증가 추세이고, 기업 고객은 차입 및 인수 합병에 대한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주지만 시장의 높은 변동성 탓에 은행들의 주가와 채권가격은 하락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은행이 큰 타격을 입고 채무불이행 우려가 투자자 사이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리스크 억제를 위한 규제 강화로 은행권은 당시보다 안전해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골드만삭스는 9일 보고서에서 “유럽 은행으로의 예금 유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자본 버퍼도 두꺼워져 있기 때문에 금융 위기가 재발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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