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돈 만드는’ 조폐공사 경산 화폐본부를 가다

입력 2015-11-30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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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 제조 기간 한 달·동전은 30분 만에 뚝딱…지문·홍채인식 등 보안 철저

“부분 촬영만 가능합니다. 현장 전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 안됩니다.”

경북 경산에 있는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를 찾은 지난 27일, 취재진이 탑승한 버스가 본부 출입문을 통과하자 직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14만평이 넘는 부지를 갖춘 경산 화폐본부는 은행권, 주화, 국·공채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국가중요시설 ‘가’급에 속하는 보안도 철저했다.

이곳에 들어서려면 총 5단계(정문통제→환복 후 작업 현장 출입→카드리더기 게이트 통과→지문 인식→홍채 인식) 출입절차를 거쳐야 한다. 청경·특수경비원 39명이 24시간 감시 근무를 서고 있다.

◇백지에서 지폐로 탄생하기까지 한 달 소요…불량률 5% 미만

▲지폐 위변조 방지를 위해 은행권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형광물질 (사진출처=한국조폐공사 )
▲지폐 위변조 방지를 위해 은행권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형광물질 (사진출처=한국조폐공사 )
지폐를 만드는 생산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지문 인식 시스템을 통과했다. 작업 공간으로 들어서니 완전한 돈으로 탄생하지 못한 전지 유형의 지폐들이 곳곳에 쌓여 있었다. 온도 23±3도, 습도 55±5%를 유지하는 만큼 실내에서는 초겨울의 쌀쌀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은행권은 8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8공정은 지문(바탕)인쇄→스크린 인쇄→홀로그램 부착→요판인쇄(뒤)→요판인쇄(앞)→전지검사→활판인쇄→낱장검사 및 포장 순서로 이뤄진다. 조폐공사 부여본부에서 공수해온 백지에서 지폐가 되기까지 한 달 정도가 걸린다. 부여본부는 목화로 만든 백지에 기본적인 보안 기술들을 새기는 작업을 한다.

공정을 거치는 전지 1장으로 5만원권 28장, 5000원권과 1000원권은 45장씩 만들 수 있다. 하루 평균 전지 4만~5만장이 생산 가능하다.

위변조 방지를 위한 주요 기술은 1~4단계를 거치는 인쇄 공정에서 적용된다. 1공정은 평판지문 인쇄 작업이다. 부여본부에서 온 백지에 바탕 그림만 인쇄하는 작업이다. 이 단계에서는 위조방지를 위한 형광잉크, 미세문자 등을 새긴다. 형광잉크를 말리는 데 5일 정도 걸린다. 전지는 건조실이 아닌 태양광에서 말린다고 한다.

2공정은 스크린 인쇄 작업인데 여기서는 특수 잉크를 사용해 보는 각도에 따라 지폐에 새겨진 액면 숫자의 색상이 변하도록 인쇄하는 작업을 한다. 이 단계에서 건조 기간은 3~4일 가량 소요된다.

3공정인 홀로그램 부착 역시 위변조 방지를 위한 특수 기술이 적용되는 단계다. 이 홀로그램은 지폐를 복사할 경우 까맣게 나오고, 보는 각도에 따라 문양이 달라진다. 지폐 권종별 홀로그램은 5만원권엔 띠형으로, 1만원권과 5000원권에는 각각 사각형, 원형으로 새겨져 있다. 홀로그램에 있는 무늬는 한반도 지도, 태극과 액면숫자로 같다.

4공정은 요판인쇄로 인쇄공정의 마지막 단계로 잠상과 미세문자를 새겨넣는 작업을 한다. 지폐에 새겨진 숫자 등 일부 문양이 입체감이 느껴지는 것이 이 작업을 거쳤기 때문이다.

▲5만원권 제조 과정 (사진출처=한국조폐공사 )
▲5만원권 제조 과정 (사진출처=한국조폐공사 )
인쇄가 모두 끝나면 검사 과정이 기다린다. 불량이 없는 전지는 절단 작업을 거쳐 지폐로 탄생하고, 불량이 발견된 전지는 불량이 난 부분은 버리고 정상인 부분만 절단한다. 하루에 수십만장이 만들어지는 경산 화폐본부 공장의 불량률은 5%를 밑돈다. 검사는 현장에 있는 기술자들이 육안으로 실시한다. 태양광 밝기와 유사한 30와트(W)급 형광등 아래에서 기술자들은 확인을 거듭한다.

이후 정상으로 분류된 전지는 고유번호와 가로확대형 번호를 새기는 활판인쇄 공정을 거친다. 이 작업까지 거친 전지는 절단과정을 거친다.

지폐 제조실에는 300여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특수잉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유독가스가 방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 작업장 곳곳에 ‘방독마스크 착용’이란 푯말을 걸어 놓기도 했다.

◇ 30분만에 동전이 뚝딱…흡음시설 완비

▲주화 제조 과정 (사진출처=한국조폐공사 )
▲주화 제조 과정 (사진출처=한국조폐공사 )
동전을 만드는 지폐를 만드는 곳보다 상대적으로 더 조용했다. 금속 성질을 띠는 동전을 만드는 작업장인 만큼 흡음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동전의 낙찰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음 방지판을 곳곳마다 마련해둔 것은 물론, 공정이 이뤄지는 작업장을 설계하면서 벽면에 흡음재를 모두 사용했다.

동전을 만드는 공정은 4단계로 이뤄졌다. 작업시간은 30분 정도다. 문양이 새겨지지 않은 소전(blank)를 투입하면, 동전에 무늬를 새기는 압인작업을 거친다. 이후 50개씩 롤포장을 하고, 포장된 롤은 바닥 속에 설치돼 있는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포장 기계로 전달된다. 포장 박스 한 개에 40개 롤이 들어간다. 주화별 롤의 무게는 △500원 386g △100원 272g △50원 208g △10원 62g이다.

주화 작업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이물질 유무를 파악하고, 제조 과정에서 먼지와 같은 분진이 섞이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철저히 한다. 주화의 불량은 주로 변색, 광택불량, 흠, 문양 불명, 휨 순으로 나타난다.

화폐본부 관계자는 “지폐, 동전 작업 모두 대부분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최고의 품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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