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映樂한 이야기] 주걸륜의 음악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OST

입력 2015-01-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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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포스터)

◆ 음악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주걸륜

평소 음악영화를 관람할 때 원치 않는 편견이 자주 생긴다. 예술대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생긴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이를테면 음악영화라는 정보를 미리 접하고 나면 근엄하게 팔짱을 끼고 앉아 '어디 한 번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보자'는 식의 마인드로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선입견 때문에 영화를 순수하게 감상하지 못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꽤 괜찮은 영화였다.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음악영화가 갖춰야 할 지극히 개인적이고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충족시켰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유치하고 대중적인 플롯과 단조로운 멜로디의 음악들은 이 영화를 다른 음악영화보다 덜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요컨대 닭살 돋는 2시간짜리 흥미로운 미니시리즈를 보다보니 음악영화라는 인색한 편견이 눈 녹듯 사라진 셈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한마디로 주걸륜을 위한 주걸륜에 의한 주걸륜의 영화다. 주걸륜은 중화권에서 천재라고 불리는 엔터테이너다. 이미 가수로서는 1000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며 스타로 자리매김했고, 영화 '이니셜D'를 필두로 '황후화', '쿵푸덩크' 등 굵직한 작품은 물론 '그린 호넷'으로 할리우드까지 점령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주걸륜의 이름 앞에 가수, 배우에 이어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준 그의 첫 연출작이었다. 주걸륜은 이 영화에서 각본, 감독을 비롯해 음악감독과 주연까지 모두 섭렵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주걸륜을 위한 주걸륜에 의한 주걸륜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눈에 띄는 단점 역시 주걸륜이라는 점이다. 특히 남주인공 샹룬 역을 맡은 노안의 주걸륜을 보며 KBS2 개그콘서트 '쉰 밀회'에 나오는 21살 김대희가 떠오른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 물론 샤오위(계륜미 분)는 최고다.

(사진=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컷)

◆ '말할 수 없는 비밀' OST와 뉴에이지 음악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OST 타이틀 곡은 'Secret'이다. 이 곡은 주걸륜과 샤오위를 연결해주는 영화의 중요한 소재인데 느린 버전과 빠른 버전이 있다. 명장면으로 꼽히는 것은 상륜과 위하오의 피아노 대결이다. 총 3곡이 흘러나오는데 첫 번째 곡은 쇼팽의 에튀드 중 '흑건 백건'을 편곡해 만든 곡, 두 번째는 쇼팽의 왈츠 중 'Sad Rain'을 편곡해 만든 곡, 세 번째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모티브로 한 '두금삼'이다. 모두 주걸륜이 직접 연주한 것이 알려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물론 약간의 편법이 짐작되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생뚱맞은 탱고 음악 'Yu Fu Gong Wu'도 꽤 흥미롭다.

'말할 수 없는 비밀' OST가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은 데는 개봉 당시 불던 뉴에이지 음악 열풍도 한몫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피아니스트 이루마와 김광민을 필두로 가사 없는 피아노 연주곡이 유례없는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OST에는 'Jiao Ta Che', 'Zao Cao', Ride With Me', 'Fu Yu Zi' 등 어디서 많이 들어봤을 법한,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의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이 많이 들어있다.

이런 심플한 뉴에이지 곡에는 특별한 기능이 있다. 처음 들었던 시간과 장소로 사람을 이끄는 타임머신 기능이다. 나 역시 '말할 수 없는 비밀' OST 중 'Jiao Ta Che'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군 제대 후 2년 만에 다시 찾은 대학 등굣길이 떠오른다. 갓 제대해 두려울 것 없이 단단했던 그때. 그 시절 칼칼했던 정류장의 공기와 이어폰 너머로 희미하게 들리던 버스 안내방송 소리, 교정을 비추던 몽글몽글한 햇빛과 강의실로 향하던 언덕배기, 대자보를 묶어둔 푸르스름한 가로수들이 생각난다. 그때는 내게도 샹륜과 샤오위 같은 기막힌 러브스토리가 있었던가.

(사진=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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