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대한민국은 다이어트 공화국

입력 2012-06-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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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섭 대림대학교 교수

SBS 예능프로그램 ‘놀라운 대회-스타킹’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니, 저 정도의 비만이?”하고.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외국인들이야 엄청난 고도비만자(高度肥滿者)를 많이 보아왔지만 TV 프로그램에서 보는 한국인의 비만은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

다이어트 전문 트레이너 숀리가 출연해 장기 프로젝트로 마련한 다이어트 킹은 비만으로 고난을 겪고 있는 출연자들이 다이어트를 통해 인생역전을 이루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프로다. 살이 쪄서 망가진 몸매를 가진 미스코리아 출신도 나왔고, 고인이 된 ‘물개’ 조오련씨의 아들도 TV에 등장했다. 신청자가 많은데다 6개월간 장시간 트레이닝을 하기때문에 서바이벌 게임으로 진행한다.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대부분 다이어트에 성공한다. 100kg이상 나가던 사람이 어느 날 홀쪽한 몸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비만은 과다한 체지방을 가진 상태를 말한다. 남자는 체지방이 체중의 25%, 여자는 체중의 30% 이상일 때다. 비만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에너지 대사의 이상 등이 있다. 단순 비만은 폭식과 운동 부족이 원인이다.

따라서 비만은 식이요법(아이어트)과 함께 운동으로 관리해야 한다. 다이어트는 어떠한 목적을 위해 정상적인 음식을 조절해서 소화나 영양 흡수를 돕도록 하는 것. 원래는 어떤 종류의 질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병과 상처를 고치는 중요한 보조의료의 한 가지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다이어트는 미용이나 건강을 위해 흔히 ‘살빼기’의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살을 빼려면 열량섭취를 줄이거나 열량소비를 늘리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 인터넷에 들어가 다이어트 단어를 치면 한국은 마치 ‘다이어트 공화국’에서 살아가는 것 같으 느낌을 받는다. ‘한 달에 10kg 감량’ 등 각종 다이어트 광고사이트가 줄을 잇고 있다.

체육과학연구원이 실시한 ‘2010년도 국민 생활체육 참여 실태 조사’를 보면 심각하다. 10대 여성 가운데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이 67.8%나 된다. 20대도 59.5%다. 70대 이상 노인들(58.9%)보다도 운동을 안 한다. 전체로 보면 51.8%가 스포츠 활동을 안한다. 운동을 하는 여성 가운데 44.7%가 주로 하는 것이 ‘걷기’였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4개국 청소년 건강 실태 국제 비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자 청소년 가운데 67.1%가 “다이어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이어트는 더 이상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마치 모든 집안에서 끌어 안고 사는 시한폭탄같다.

대다수 여성들은 아름다운 몸매가꾸기에 목숨을 건다. 운동을 하면서 다이어트를 해야하는데 무조건 굶는다. 실컷 먹은 다음에 그대로 토해내기까지 한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운동보다 비정상적인 다이어트에 목매는 이유가 뭘까. 스포츠에 대한 인식부족이 무엇보다 크다. 이는 학교체육부터 잘못됐다. 대학에서는 교양체육도 없앴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체력장 시험이 있을때만해도 그런대로 체육은 유지됐다.

그런데 지금은 체력훈련은 선수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더군다나 체육은 어느 순간부터 재미없는 과목이 됐다. 체육시간에 수학문제 하나 더 풀고, 영어 단어 하나 더 암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한국의 엘리트체육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도 그렇고, 개인종목인 골프와 피겨스케이트 등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생활체육은 어떤가. 걸음마 수준이다. 생활 속 스포츠 환경은 정말 열악하다. 다만, 건강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다 스포츠센터가 부쩍 늘면서 퇴근후 운동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특히 일부 고등학교에서 수업전에 1시간 정도 운동을 한 뒤 수업을 하면서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먼저 도입한 것으로 학생들이 수업전 스포츠 활동을 통해 학습은 물론 지적 발달도 가져온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비단 여성들뿐 아니라 국민건강을 위한 다양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보급해야 한다. 대학교나 직장에 스포츠센터를 만들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운동은 하지 않고 건강을 해치는 이상한 다이어트에 올인하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체육강국이니 복지국가를 외치는 것은 웃지못할 개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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