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으로 산다는 것]"우리집은 서울역…어디로 가란 말이냐"

입력 2012-05-0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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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퇴거조치 등 내몰기만…"주거 대책 등 함께 고민해야"

지난 4월 25일 두명의 홈리스들이 전입신고를 하기 위해 남영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전입신고서에 적힌 주소지는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43-205번지’. 서울역이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죽을때까지 서울역에 살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전입신고의 목적은 그곳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 해달라는 의미가 크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집행위원장은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의 기본 배경은 홈리스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면서 “홈리스들이 그곳에 살고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주거지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숙은 개인의 문제?=지난해 8월 한국철도공사는 서울역사내 야간 노숙행위 전면 금지 조치에 들어갔다. 코레일측은 매일 오전 1시30분에서 4시 30분사이 3시간 동안 서울역내 노숙 행위를 완전히 금지했다. 서울역 홈리스와 관련한 고객민원이 급증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동현 위원장은 “사적 사유공간이 한평도 없는 사람들을 서울역에서 내쫓으면 그냥 지구를 떠나라는 말밖에 더되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위원장은 서울역 강제퇴거 조치로 인해 홈리스에 대한 집단적 낙인과 배제가 더욱 심화됐다고 했다. 실제로 홈리스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이 위원장은 “홈리스들의 직업력을 살펴보면 건설직·기계기능직이 60%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이들의 기술은 이제 대부분 쓸모가 없어졌고 노동 불안, 수입 불안에 시달리다가 빈곤의 하방곡선을 그리면서 홈리스의 길로 합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리에 널부러져 있는 현상만으로만 홈리스들을 판단할 뿐, 그들이 홈리스의 길에 접에들게 된 빈곤화 과정에 대한 이해는 생략됐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자본주의가 변의하면서 노동 불안이 심화되고, 주거가 공공재가 아닌 소비재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기층에 홈리스들이 쌓일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가 됐다”면서 “이들을 다시 사회에 편입토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는 커녕, 오히려 홈리스들을 사회적 경멸의 대상으로 낙인찍는 방식으로 정책이 역진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주거제공·빠른 구제 필요=홈리스를 상대로 한 정책의 가장 핵심은 주거 제공이어야 한다. 특히 홈리스 역사가 긴 외국의 경우 시설정책을 폐지하거나 재활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자립과 단절된 시설 정책으로 쉼터 등에서의 회전문 현상만 발생하고 있다”면서 “시설 정책이 탈노숙으로 연결되는 성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주거 제공과 함께 현장중심의 복지지원 체계도 확립되야 한다. 한 개인이 홈리스 상황에 처하자 마자 그 원인을 파악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는 그물망 복지서비스가 지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미국의 한 조사 결과 홈리스들이 겪는 스트레스 강도가 비행기 추락사 생존자, 월남전 파병 용사들이 겪는 공포 등과 비슷한 수준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단순히 길에서 자는것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지속되면 사람의 정신을 파괴하는 수준의 스트레스 강도인 것”이라고 말했다. 홈리스 생활이 길어질수록 원상회복이 어려워지고 사회적 비용도 더 많이 감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매년 1000여명의 노숙인들이 서울역에 신규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서울역을 홈리스 복지를 가장 먼저 만나는 접점으로 만들고 이후 주거제공 등의 자립지원을 통해 홈리스들이 스스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정책이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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