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기업 사채 동결 '8·3 긴급조치'

입력 2010-11-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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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서민경제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각종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40여년 전인 1972년엔 오히려 서민을 옥죄고 기업을 살찌우는 금융 조치가 단행됐습니다.

이른바‘8.3 긴급조치’, 즉‘경제안정과 성장에 관한 긴급명령’으로 정부가 사채에 허덕이는 기업들을 구체하기 위해 헌법 73조에 의한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을 발동한 것입니다.

이 조치는 한 마디로 기업들이 끌어 쓴 사채(私債)의 상환을 동결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모든 기업들이 쓰고 있는 사채의 규모를 보고할 경우 3년 거치후 5년에 걸쳐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대통령의 내각 지시사항으로서 금융기관의 금리인하, 환율 안정, 공공요금 인상 억제, 물가상승 억제, 예산규모 증가 억제 등이 제시됐습니다.

그 결과 사채 신고액중 3203억원이 동결됐고, 금융기관의 단기고리대출금 2000억원이 장기저리 대출금으로 전환됐으며 500억원의 산업합리화 자금이 풀렸습니다.

세제면에서도 감가상각률의 할증률 인상 및 국내자원 이용 기업의 법인세·소득세의 투자공제율 인상 등의 특혜가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반 서민 서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독점 자본 기업의 위기를 정부가 타개해 준 것이기도 합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이 8.3조치를 단행한 배경에는 1970년대 초 닥친 경제위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외국 차관을 빌려 쓴 기업들이 대규모로 부실기업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실제로 1969년 83개 업체중 45%가 부실기업으로 분류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결국 기업들은 사채에 의존하기 시작했고 이에 금융부담이 가중화 돼 부실화 수준이 심각하게 되자 전경련이 박 대통령에게 사채를 동결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이 조치의 결과로 기업의 사채이자 부담 일시에 약 3분의 1로 경감됐고, 사채 또는 은행으로 부터의 단기 고리 대출금을 장기저리 대출금으로 전환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서민들의 피해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전체 사채규모의 90%(신고건수)를 차지하던 일반 소시민들의 소액(300만원 미만) 사채에 대해 적용시켜 피해를 늘려 일반 국민들의 희생을 강요했음에도 기업인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당시 사채 신고액 중에서 약 3분의 1이 소위 위장사채 즉 자기 기업에 스스로 사채놀이를 해 기업은 적자로 만들고 기업가만 살찌는 식의 사채였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하나도 없었다”고 회고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8.3조치가 낳은 정경유착으로 박 정권은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미 증유의 특혜를 이들에게 부여함으로써 대기업과 국가관료제의 연합을 보여 주게 됩니다.

특히 관료는 경제운영의 결정권을 갖게 되고 기업을 조종하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지만 대기업은 이 정책을 통해 정부가 그들을 보호하고 또 그럴수 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게 돼 상호 유착을 심화시켜 경영합리화를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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