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근의 거리와 사연들] 흉물 된 신논현역 빌딩, 3년 만에 분양되는 이유는?

입력 2014-08-25 15:39 수정 2014-08-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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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논현역 교보생명 빌딩 바로 뒤편에는 흉물로 전락한 건물이 있다.(사진=송형근 인턴기자)

10대 청소년부터 50대 중장년까지 '강남'을 떠올리면 나름의 추억이 있을 겁니다.

1974년 들어선 뉴욕제과를 필두로 싸이의 2012년 강남스타일까지 동시대의 젊은이들을 한데 끌어모으는 곳이기 때문이죠. SPA 브랜드부터 명품샵, 각종 음식점과 새로운 퓨전 맛집까지 한 시대의 트렌드를 '강남'이 주도한다는 데는 이견을 제시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이곳의 부동산 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최근 한 개인 투자가에게 매각된 뉴욕제과 건물은 3.3㎡당 무려 5억1700만 원이었다죠. 그런데 이런 강남 부근, 신논현역 바로 뒤편에 수년째 방치된 건물이 있습니다. 건물 주변에는 교보문고와 각종 술집, 브랜드 의류들의 빼곡한 것과 비교되게 말입니다.

주인공은 신논현역 바로 뒤편에 있는 '바로세움3차'입니다. 이 건물은 2169㎡ 부지에 지어진 지하 5층, 지상 15층짜리 규모의 빌딩입니다. 2009년 1월 착공에 들어가 2년 만인 2011년 1월 완공됐습니다. 공사대금만 370억 원, 현재까지 프로젝트 파이낸싱(PF)만 1590억 원이 투입된 대규모 빌딩으로 감정평가 결과만 2400억 원(2011년 기준)에 달하는 건물입니다.

▲'바로세움3차'는 완공된 지 3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인근에 쓰레기가 널려있다.(사진=송형근 인턴기자)

수천억 원의 가치를 가진 건물은 완공된 지 3년이 넘었지만, 1층에 편의점 외에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관리인이 없어 행인들의 흡연 장소, 쓰레기장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요?

눈치채셨을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건물을 두고 소송이 걸려있습니다. 시행사인 시선알디아이(이하 시선)와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이 건물을 두고 법정공방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직도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강남역 인근 금싸라기 땅에 '바로세움3차' 건물을 건설하려 했던 시행사인 시선은 건설 자금 확보를 위해 2008년 1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두산중공업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2011년 건물을 완공합니다. 이때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은 공사대금에 대한 보증을 서고 약 1200억 원의 금융권 채무를 받습니다. 2011년 5월 건물이 완공된 후 공사대금 370억 원을 시행사인 시선으로부터 완납 받기로 하고 PF를 종결하기로 한 것이죠.

그러나 문제가 발생합니다. 건물이 한창 지어지던 2009년, 일반 분양을 본격 시작한 당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및 분양 거래가 거의 바닥에 가까웠습니다. 분양을 통해 공사대금을 지급하려던 시선의 자금줄은 뚝 끊겨 2011년 5월 두산중공업 측에 지급해야 할 전체 공사대금 370억 원 가운데 320억 원을 미납하게 됩니다.

2011년 5월 두산중공업과 시선 사이의 PF가 완료되자 문제가 본격화됩니다.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은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고, 자금 회수가 힘드니 건물을 통째로 매각한다고 주장한 것이죠. 그리고 특수목적법인 '더케이'를 설립해 PF 상환용 자금 1370억 원의 채무보증을 실시합니다.

한 마디로 시행사인 시선의 자금난으로 어쩔 수 없이 1590억 원의 돈을 대신 갚아줬고, 대위변제에 따른 손실을 메우기 위해 빌딩을 매각했다는 게 두산중공업의 입장인 겁니다. 반면, 시선은 두산중공업이 건물 임대를 막아 자금줄을 끊고 시선의 권리를 빼앗아 '바로세움3차'를 매각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아울러 단 한 건의 분양 거래도 이뤄지지 않은 이 건물을 통째로 공매하기로 한 것도 둘 사이를 극으로 치닫게 합니다. 2011년 두 차례의 공매를 거쳤으나 애초 감정평가보다 1000억 원은 적은 1400억 원에도 건물이 유찰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죠. 즉, 건물 가치가 반 토막이 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선은 두산중공업이 무리하게 공매를 강행해, 건물 가치가 떨어졌다며 문제를 제기합니다.

결국, 자금난에 허덕이는 시선은 두산중공업이 소유권을 강탈하고 임의로 건물 매각을 진행해 피해를 입었다며, 2011년과 2012년 법원을 상대로 두 차례 '공매등처분절차진행금지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모두 패소했습니다.

▲지난 5월 엠플러스자산운용에 매각된 '바로세움3차'는 임대 문의를 받으며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송형근 인턴기자)

이후 시선은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고 3심 확정판결만 앞두고 있습니다만, 이미 '바로세움3차'는 지난 5월 군인공제회 산하 엠플러스자산운용에 1680억 원에 매각된 상황입니다.

현재 '바로세움3차'은 임차인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실제 건물의 2층에는 입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더군요. 쓰레기장으로 방치된 건물이 조만간 활력 넘치는 일대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요. 말도 많고 사연도 깊은 이 건물이 어떻게 변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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