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상처난 대한민국, 치유의 100시간…“파파, 또 오세요”

입력 2014-08-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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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 떠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다. 명동성당을 찾은 시민들이 인근에서 교황을 기다리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끝으로 4박5일간의 한국 일정을 모두 마치고 출국한다. 교황은 지난 14일 입국한 뒤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식과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등을 집전하고 가톨릭 사회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 장애인들을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낮은 곳으로…소탈행보 화제= 첫 아시아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격적이지만 소탈한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의전 차량으로 가장 작은 국산차 쏘울을 타고 이동한 데 이어 대전·충청지역으로 이동할 땐 헬기가 아닌 KTX를 이용하는 등 그의 소박한 실천은 가는 곳마다 화제가 됐다.

14일 서울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의 말을 전했고, 16일에는 음성 꽃동네에 가서 장애아동들을 만나 안아주고 축복했다. 15일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 청년대회에서는 실업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의 애환에 화답했다. 이들의 고민이 담긴 뮤지컬 ‘돌아온 탕자’가 공연될 때는 직접 무대 위에 앉아 청년들과 호흡하기도 했다. 또한 17일 명동성당 미사에는 한국사회의 상처로 대표되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밀양 송전탑·강정마을 거주민, 쌍용차 해고자 등을 초청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남녀노소, 빈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과 신체적으로 접촉함으로써 연대를 이뤘다. 교황은 가는 곳마다 환영단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자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서면서 교황은 모두 여덟 번 차를 멈춰 세웠다. 지나가다 아이들이 보이면 차를 세우게 한 뒤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거나 이마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아기들뿐만 아니라 교황을 만나겠다고 길거리에 나온 시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손을 잡고 이마에 손을 얹어 축복했다.

교황은 방한 기간 내내 틈나는 대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이들의 아픔을 위로했다. 16일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 집전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카퍼레이드를 한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 400여명이 모여 있는 광화문 광장 끝에 도착하자 차를 멈추게 한 뒤 차에서 내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교황은 딸 유민양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두 손을 감싸안으며 위로했다. 17일 오전에는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에게 세례를 줬다.

◇상처 난 한국에 ‘치유의 세례’= 프란치스코 교황이 던진 메시지가 한국사회를 잔잔하게 적시고 있다. 교황은 방한 이후 특별한 메시지나 해법보다도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향한 꾸밈 없는 행동을 보이는 방식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다. 무엇보다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가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위안과 희망을 선사했다.

특히 ‘평화는 정의의 결과’라며 사회에 불의가 만연됐을 땐 비록 전쟁이 없다고 할지라도 참된 평화가 아님을 역설했다. 성직자에게는 “부자로 사는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며 청빈을 강조했다. 광화문 시복식 강론에서는 “막대한 부 옆에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있다”며 자본주의 사회의 부 편중 문제를 정면에서 거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아시아 주교단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공감하고 진지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의식하고 다른 이와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대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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