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트래핑]뜨거운 낮과 적막한 밤의 가을바다 '영흥도 장경리 해변'

입력 2013-11-0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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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진 여행작가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 확 트인 바다가 보고 싶다. 수도권에서 멀지 않으면서 배를 타지 않아도 갈 수 있는 영흥도로 향한다. 2000년 선재대교가 완공되고 이듬해 영흥대교까지 이어지며 선재도와 영흥도는 육지와 연결됐다. 안산에서 버스를 타고 30여분을 달리니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썰물 때 바다 산책하는 모녀

어느덧 도착한 영흥터미널에는 십리포와 장경리 방향으로 가는 마을버스 두 대가 나란히 서 있다. 육지에서 건너온 손님들을 기다리는 중이다. 겨울을 향하는 태양은 짧아졌다. 오후 4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 장경리 해변에 도착하니 벌써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뜨거운 여름 성수기를 보낸 해변은 한갓지다. 밀물 때에 맞춰 낚시를 하거나 햇살 따스한 한낮의 소풍을 즐기는 이들이 드문드문 자리할 뿐이다.

▲장경리해변 야영장과 전망대

▲양로봉에서 바라본 영흥풍력 상용화단지

전망대 옆 데크 아래 자리를 잡고 서둘러 텐트를 설치한다. 밤이 되기 전에 양로봉에 오르기 위해서다. 여름에는 장경리 해변 한가운데로 태양이 떨어지지만, 가을에는 양로봉 뒤쪽으로 해가 진다. 한 시간 정도 쉬지 않고 내달려야 표지석도 없는 양로봉에 도착한다. 구름 많은 흐린 날씨의 하늘은 붉은 일몰을 끝내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훤히 내려다보이는 풍력단지 풍경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다시 돌아온 해변에도 어둠이 내려앉았다. 해안가 조명빛과 멀리 수평선을 짐작할 수 있는 선박들의 불빛만이 어렴풋이 반짝거린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가을의 적막을 알리고, 썰물 때가 된 서해바다의 파도소리는 점점 멀어진다. 까만 밤, 아무도 없는 가을 바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머문다. 그렇게 고요한 밤이 지나는 가을 한복판을 즐겨 본다. 밤새 비바람이 몰아치다 아침 태양에 잠잠해졌다.

아침 햇살의 따스함이 텐트 안으로 스며든다. 자연의 시계에 맞춰 기지개를 켠다. 돌아가는 길은 두 다리를 이용할 작정이다. 널브러진 장비들을 챙겨 배낭을 다시 꾸린다. 그리고 영흥도에서 가장 높은 국사봉(해발123m)으로 향한다. 장경리 해변에서 국사봉에 오르는 길은 많다. 다만 등산로 초입에는 표지판이 없을 뿐이다. 전체 등산로 지도를 보며 해변의 위치와 국사봉 방향을 짐작해 길을 이어간다.

▲영흥면 등산로 안내도

▲통일사

등산로는 어렵지 않은 임산 도로와 숲길이다. 국사봉에 이르기 전 통일사를 거친다. 갈림길에서 주저한 시간을 빼면 대략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배낭의 무게가 아니라면 40여분이면 도착할 듯싶다. 통일사는 1992년 실향민을 달래고 통일을 기원하며 설립됐다. 아담한 경내에 풍경소리가 울리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국사봉 전망대

그리고 도착한 국사봉 전망대. 영흥도 십리포 해변과 함께 국사봉 정상은 소사나무 군락지로 유명하다. 소사나무는 중부 이남의 해안지역에서 자라는 교목이다. 모양새가 독특해 한 데 모여 있는 그 모습이 장관이다.

국사봉 전망대는 3층으로 이뤄져 있다. 시계가 좋은 날은 멀리 백령도와 황해도 해주의 수양산이 보인다고 한다. 흐린 가을 하늘, 꼭대기층에서 펄럭이는 태극기가 더욱 애처롭다. 배낭을 짊어지고 올라온 날은 출발 자리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 내려가는 길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영흥도 안이라는 확신만으로 하산 길을 선택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도착한다. 지나는 이에게 물어 터미널 방향으로 걷는다. 낮의 태양은 여전히 뜨겁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어주니 더운 줄 모르고 걸을 수 있다. 걷는 내내 뜻하지 않은 단풍놀이로 두 눈도 호강한다. 양쪽 어깨가 조금씩 아파 오기 시작할 무렵, 친절한 경찰의 도움을 받아 터미널에 도착한다. 육지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멀어지는 서해바다를 바라본다. 따스함과 적막함의 공존, 계절의 경계 위에 있는 서해바다에서 생각의 밀물과 썰물을 보내고 또 맞이하고 돌아온다.

[여행정보]

◇ 영흥도 장경리해변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 032-886-5672 / www.janggyeongni.com

입장료 및 야영장 이용 무료(여름 성수기 제외) / 데크 무 / 전기사용 불가 / 화장실 유 / 식당 및 슈퍼 유

◇ 대중교통 이용법

-인천시 옹진군청~오이도역~영흥버스터미널 790번 광역버스 032-773-8885

-영흥버스터미널~장경리 032-886-4747

◇ 텐트 외 숙박

장경리해변 일대 펜션 및 민박

영흥면사무소 032-899-3810

◇트레킹

-장경리 해변~양로봉 약 2km

-장경리 입구~통일사~국사봉 약 1.5km

◇ 대중교통 캠핑 TIP

화장실은 미리미리

◇ 그곳 그 맛

맷돌손칼국수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내리 1627-1 / 032-883-1383

대풍바지락손칼국수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내리 / 032-88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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