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현장 JLPGA] 일본인 매료시킨 이보미 황금 매너의 두 원칙

입력 2016-03-0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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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가 일본에서 새 시즌을 맞았다. 그는 지난해 7승을 장식하며 JLPGA 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가고 있는 이보미의 성공 비결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언행에 있어 겸손과 긍정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상민 기자 golf5@)
▲이보미가 일본에서 새 시즌을 맞았다. 그는 지난해 7승을 장식하며 JLPGA 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가고 있는 이보미의 성공 비결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언행에 있어 겸손과 긍정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상민 기자 golf5@)

일본 오키나와(沖縄) 류큐(琉球)골프클럽은 지금 열광의 도가니다.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골프 축제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총상금 1억2000만엔, 약 12억원)가 그것이다. 일본 남녀 골프를 통틀어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프로골프는 이 대회가 유일하다.

오키나와엔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연중 온화한 기후에 특색 있는 골프코스가 즐비한 까닭일까. 이곳 사람들의 골프에 대한 열정은 본토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것을 입증하듯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대회장인 류큐골프클럽엔 첫날부터 구름 관중이 몰렸다.

이날 구름 관중의 이목을 사로잡은 조는 지난해 상금왕 이보미(28ㆍ혼마골프)와 일본의 자존심 우에다 모모코(30)로 편성된 16조였다. 아마추어 아라카키 히나(18)도 같은 조를 이뤘지만 사실상 두 선수의 매치플레이 양상이었다. 두 선수는 지난해 열린 4개 여자프로골프 투어 대항전 더퀸즈 presented by 코아에서 한국과 일본의 캡틴을 맡기도 했다.

경기 내용도 흥미로웠다. 두 선수는 모두 전반 9홀을 이븐파로 마치며 살얼음 승부를 이어갔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에 갤러리는 박수로 화답했다. 우에다가 7번홀(파5) 그린을 빠져나가는 순간 응원의 박수가 쏟아졌고, 뒤따라오던 이보미에게도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이보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보미가 제아무리 스타플레이어라 해도 자국 선수 우에다와 경쟁하는 한국인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장면은 수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보미는 결국 스코어를 줄이지 못하고 이븐파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일본의 각 언론사 기자들은 이보미를 따라다니며 질문 세례를 이어갔다. 일본에서 이보미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 내 이보미 신드롬에 대해 국내 언론은 다각적으로 분석하며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사실 이보미 신드롬의 이면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보미의 언행에 숨은 두 가지 원칙이다.

이보미는 주니어 시절부터 촉망받는 선수였다. 한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시드전에서 미끄러져 드림투어(2부)를 2년 동안 뛴 아픈 기억이 있는 이보미는 또래보다 1년 늦은 2009년부터 정규 투어에 합류했다.

데뷔 첫해는 하이마트 모자를 쓰고 활동하면서 한 차례의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순위 5위에 올랐고, 2년차인 2010년에는 3승을 수확하며 상금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2011년부터 JLPGA 투어에 뛰어들었다. 올해로 꼭 6년째다.

그는 일본 진출 전부터 상냥한 언행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스포트라이트는 없었다. 이보미는 JLPGA 투어 진출 직전까지 국내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 어린 꿈나무 및 골프팬들과 마지막까지 함께하며 호흡하려 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 이보미가 지금은 대선수로 성장했다. 그의 성공 이면에는 겸손과 긍정이 뒤따랐다.

일본 투어 6년째인 점을 감안하면 이보미의 일본어 실력은 그리 능숙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이보미는 ‘대화는 입으로 하되 마음으로 통한다’는 걸 입증하고 있다. 그는 대화 중 농담을 즐긴다. 중요한 건 그 농담 속에서 자신을 추켜세우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망가트리더라도 일단 낮은 자세에서 농담을 섞는다. 서툰 일본어라도 언행을 통해 본심이 느껴지는 건 한국이든 일본이든 마찬가지다. 일본인들은 그런 이보미를 보며 웃음꽃을 피운다. 바로 그것이 호감의 원동력이다.

또 하나는 긍정이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부정적인 답변을 입 밖에 내는 일이 없다. 플레이가 잘 되면 주변 사람들 덕이고, 안 풀리면 자기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늘 희망적이고 자신에 차있다. 그래서 얼굴엔 늘 미소로 가득하다. 스코어를 망친 날에도 애교 섞인 농담으로 웃음을 전도하는 이보미의 모습에 호감가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는 일본 투어 5년 동안 긍정적인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을 담금질한 것 같다. 그간 스스로에게 엄격했을 이보미의 모습이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간다.

그도 사람이다. 늘 즐겁기만 할 리는 없다. 많은 사람과 인터뷰하며 웃는 얼굴을 유지하는 일이란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 이젠 상금왕에 걸맞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감까지 떠안았다. 그에게 말 못할 고민이 얼마나 많겠는가. 어쩔 수 없는 부담감이라지만 참으로 가혹한 일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보미는 겸손과 긍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늘 미소 가득한 얼굴로 긍정 에너지를 선사하는 선수는 미야자토 아이, 요코미네 사쿠라 이후 누가 있을까. 두 영웅을 미국으로 떠나보낸 일본인들의 텅 빈 마음을 이보미가 채워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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