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연예인 되면 소는 누가 키우나!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6-01-2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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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청소년의 연예인 지망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사진=SBS)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청소년의 연예인 지망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사진=SBS)

“충분한 끼와 재능이 있어 나이만 먹으면 스타가 될 수 있다.” “흠잡을 데 없다. 당장에라도 데뷔하면 스타가 될 수 있다”…극찬의 행렬이 이어진다. 수십만 명이 참가 신청을 한 오디션 프로그램 풍경이다.

셰프의 화려한 불 쇼와 함께 눈길을 사로잡는 음식들이 선을 보인다. 셰프의 현란한 동작과 함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진기한 요리들이 만들어진다. 엄청난 대우를 받는다는 셰프의 말도 곁들여진다. 인기 있는 셰프들이 먹방, 쿡방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누빈다.

이 결과는? 초등학생 고학년 10명 중 4명의 장래 꿈은 연기자, 가수, 운동선수다. 의사, 법조인보다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어린이가 더 많아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지난해 초등학교 4~6년생 4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결과다. 초등학생 40.5%가 미래에 원하는 직업으로 연기자, 가수, 운동선수 등 문화예술 스포츠 관련직을 꼽았다. 조사 대상자의 12.2%는 교사와 교수 등을, 10.4%는 요리사를 꿈꾼다고 답했다. 의사, 약사 등 보건·사회복지직을 장래 희망 직업으로 꼽은 초등생은 7.8%, 판검사, 변호사, 공무원 등이 포함된 법률 행정직이라고 답한 어린이는 6.3%다. 농부, 어부, 축산가 등 농축산 임업 어업 관련직은 0.6%에 불과했다.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직업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시대가 변하고 직업에 대한 인식이 변모한 것을 반영한 것이지만 TV를 비롯한 미디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미디어가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종과 미래의 꿈까지 디자인하고 있다. 초등학생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연예인 지망 광풍과 요리사 되기 열풍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TV를 비롯한 미디어 속에서 펼쳐지는 스타와 연예인, 그리고 셰프의 모습은 화려하기만 하다. TV가 펼치는 스타와 연예인 세상에는 드라마 회당 1억~2억 원을 받는 부유함과 대중이 연호하는 스포트라이트만 존재할 뿐이다. 오랜 시간 노력을 했지만, 연예인 데뷔조차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예 기획사 연습생의 비애나 1년에 단 한 번도 방송 출연을 못 해 생계위협에 시달리는 중견 연기자의 고통은 찾아볼 수 없다.

쿡방과 먹방 프로그램에서의 셰프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손님의 높은 관심을 받는 모습으로만 현시된다. 박봉과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요리사 지망자의 한숨 소리는 들을 수 없다. 열정 페이를 견디다 못해 요리사의 길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의 좌절 그림자는 찾을 수 없다.

TV와 미디어 속에서 펼쳐지는 세상은 실재와 현실이 아닌데도 실재와 현실보다 더 강력하게 사람들의 인식을 제어하고 디자인한다. 기 드보르(Guy Devord)의 지적처럼 미디어가 재현한 이미지와 텍스트(상징화된 세계)가 현실의 척도가 되며 인식의 근간을 이룬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실제 미디어가 재현한 시선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미디어가 촉발한 사이비 욕망은 진정한 욕구로 오인되면서 초등학생의 꿈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엠넷 ‘슈퍼스타K’ 참가 신청자 200만 명 돌파, 전국 225개 대학의 방송영화 관련 학과 재학생 3만 명, 수도권 지역 230여 개 연기학원 수강생 4만3000 명, JYP 연습생 선발 오디션 경쟁률 5000대 1…TV는 이처럼 대한민국을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연예인 지망생 100만 명 시대에 2015년 지난 한 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 60여 팀, 한 팀에 5명씩 치면 한 해 아이돌로 데뷔한 숫자는 300명에 불과하다. 어렵게 데뷔를 해도 데뷔 무대가 은퇴 무대가 되는 팀도 30여 팀에 이른다.

하지만 오늘도 TV에선 “여러분의 꿈과 끼, 재능을 마음껏 펼쳐 보세요. 당신도 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라며 안방의 수많은 청소년을 설레게 한다. 모두 연예인이 되면 소는 누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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