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ine 해부학] "액션이란 무엇인가?"…'레이드 : 첫 번째 습격'

입력 2012-05-2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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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야기가 존재해야 한다. 기본 상식이다. 가끔은 상식을 넘어선 영화도 있다. ‘파격’이나 ‘파괴’를 지향하는 영화. 지난 17일 개봉한 인도네시아 영화 ‘레이드 : 첫 번째 습격’은 후자에 가깝다.

2004년 태국산 액션 영화 한 편이 국내 극장가를 점령한 바 있다. ‘옹박’이었다. ‘No 와이어’ ‘No CG’를 선언한 이른바 실전 액션에 국내 액션 팬들은 열광했다. 지금 우리 영화 시장에선 너무도 생소한 인도네시아 영화 한 편이 그 때의 열기를 다시 재현할 조짐이다. 재현이란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 ‘레이드’는 ‘옹박’의 액션 조차 비웃는 수준이다. 실제 액션 강도만 놓고 보면 수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무색하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단순하단 표현도 민망하다. 경찰 특공대가 갱단의 아지트로 들어가 소탕작전을 벌이는 과정이다. 이게 전부다. 그렇다. ‘레이드’는 스토리가 아닌 액션이 주목적인 영화다. 인물간의 인과관계, 스토리의 개연성, 플롯간의 유기적인 연결성을 찾는 관객이라면 절대 ‘레이드’ 관람은 비추다. 그냥 대놓고 액션만 집중한다. 그런데 그게 눈을 땔 수 없게 만든다.

먼저 ‘레이드’를 설명하자면 인도네시아의 실전무술 ‘실랏’을 알 필요가 있다. 2010년 최고 액션 영화로 기록된 원빈 주연의 ‘아저씨’. 극중 원빈이 적들을 제압할 때 번개처럼 사용한 무술이 ‘실랏’이었다.

‘태권도’나 일본의 ‘가라데’ 등이 방어적 측면에 집중한 무술이라면 ‘실랏’은 완전한 공격형이다. 영화 속 주인공 라마(이코 우웨이스)는 실제 실랏 유단자다. 라마의 대척점에 선 매드독 역의 야얀 루히안 역시 실랏을 포함해 26년간 무술을 수련한 무술인이다. 그런 두 사람이 몸을 부딪치며 만들어낸 영상 텍스트는 ‘실제일까’란 의구심을 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영화의 구성과 액션을 보자. 스토리는 앞선 설명과 같이 크게 언급할 부분이 없다. 폐쇄된 고층 아파트 건물에 갇힌 경찰 특공대원들은 처음 목적인 소탕작전에서 점점 생존을 위해 사력을 다한다. 생존의 유일한 해결책은 갱단 두목을 잡아 자신들이 갇힌 아파트를 빠져 나가는 것 뿐. 두목을 잡기 위해 자꾸만 꼭대기로 올라가고, 층수가 높아질 때 마다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살수(殺手)의 강도는 점차 강해진다.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다. 전설적인 액션스타 이소룡이 유작 ‘사망유희’의 플롯이다.

‘레이드’의 연출을 맡은 갸렛 에반스 감독은 놀랍게도 영국 웨일스 출신이다. 푸른 눈의 이 서양 감독은 2007년 다큐멘터리 ‘인도네시아의 비술: 펜칵 실랏’을 찍었다. 이후 ‘메란타우’에 이어 ‘레이드’까지 모두 인도네시아에서만 작품 활동을 해왔다. 더구나 아내가 인도네시아 사람이란다. 그 만큼 ‘실랏’에 대해선 도가 튼 인물이다.

전형적인 액션 키드인 그는 ‘사망유희’에서 시도한 단계별 시퀀스에 ‘실랏’이 갖는 액션의 집중도를 접목했다. 그렇게 탄생한 ‘레이드’의 액션은 크게 세 단계다. 첫 번째가 총격 액션이다.

초반 경찰 특공대와 갱단이 벌이는 총격 액션은 그 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여느 영화의 그것도 큰 차별성은 없다. 감독은 ‘레이드’의 목적이 이 같은 액션이 아님을 스스로 알기에 초반 에피타이저 정도로만 배치했다.

그 다음은 ‘마셰티’ 액션이다. 흔히 정글에서 쓰는 큰 칼로 알려진 마셰티를 이용한 액션신에선 액션에만 집중한 것이 아닌 스릴러 적 요소까지 담으려 노력했다. 한정된 공간, 쫓고 쫓기는 인물들 간의 심리,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심박 수가 카메라 워킹 그리고 앵글을 통해 송곳의 날카로움처럼 전해질 정도다.

마지막이 바로 ‘레이드’의 목적이자 이유인 맨손 액션이다. 라마가 마셰티를 든 적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장면이라던가, 매드독과 라마의 마지막 대결 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다. 실랏의 잔인함에만 주목한 듯한 인상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레이드’의 목적 자체가 액션이기에 트집을 잡기 어려울 정도다.

감독은 내한 기자회견에서 “앞부분에 시선을 사로잡을 눈요깃거리를 집중 배치 후 뒤로 갈수록 늘어지는 액션 영화가 싫다”며 ‘레이드’를 소개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레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각적 화려함은 줄어들지만 액션의 화려함은 엄청난 폭발력을 일으킨다. 여기에 세계적인 록밴드 ‘린킨파크’ 멤버 마이크 시노다가 만든 음악이 더해져 관객들의 체감은 더욱 커진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관객상, 더블린 국제영화제 평론가상-관객상 등을 받았고 부산국제영화제와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상영돼 액션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날 것’ 그대로의 액션에 취한 할리우드가 이 영화에 반해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단다. ‘레이드 : 첫 번째 습격’. 이미 2편과 3편의 연출 계획도 감독은 세운 상태다.

가슴을 비우고, 머리를 비우고 이 영화를 관람하기 바란다. 아마도 국내 시장에서 ‘실랏’ 도장이 생기는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 액션 마니아라면 필수 관람 아이템이다.

마무리다. ‘질문 : 액션이란 무엇인가’ ‘정답 : 레이드 첫 번째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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