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독 '빅4', 2012 스크린 컴백작 대공개

입력 2012-01-0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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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흥행' 여의주 물고 '글로벌 스크린' 도약

지난해 영화계는 예측 불허의 연속이었다. 이른바 ‘빅4’로 불린 ‘퀵’ ‘고지전’ ‘7광구’ ‘최종병기 활’ 중 앞선 세 작품이 참패했다. 한국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마이웨이’도 불안한 행보다. 반면 지난해 1월 개봉한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부터 ‘써니’ ‘도가니’ ‘완득이’의 흥행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이른바 ‘규모의 영화’로 설명되던 블록버스터의 흥행 공식이 깨진 한 해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일단은 ‘왕의 귀환’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지난해가 신진급 감독들의 향연이었다면, 올해는 베테랑 중진 감독들의 신작 소식이 가득하다. 다만, 이들 작품 모두가 올해 개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하반기쯤이면 그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여 영화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공교롭게도 네 작품 모두 감독들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작이다.

올해 영화계를 움직일 감독판 ‘빅4’. 그들이 들고 올 신작의 윤곽을 미리 공개한다.

◆ 더 이상의 규모는 없다…봉준호 ‘설국열차’

2009년 ‘마더’ 이후 봉준호 감독은 국내서 자취를 감췄다. 같은 해 한 영화계 후배의 단편영화에 배우로 출연했고, 지난해 4분짜리 단편 ‘이키’를 연출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제작 중인 ‘괴물’을 위해 미국을 오간다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알만 한 사람은 알고 있다. 봉 감독은 현재 ‘설국열차’ 제작에 매진 중이다. 1986년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프랑스 그래픽 노블 ‘Le Transperceneige’이 원작인 이 영화는 배우 캐스팅 비용을 제외한 순 제작비(추정)만 400억원 대를 훌쩍 넘는다. 지난해 말 개봉한 ‘마이웨이’의 300억 원을 간단히 뛰어넘는 규모다.

영화의 기본 콘셉트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 갑작스런 기상 이변으로 지구 전체가 빙하기에 접어들면서 인류는 멸망 위기에 놓인다. 살아남은 여러 국가의 사람들은 추위가 미치지 못한 남쪽으로 향하는 ‘설국열차’에 탑승한다. 다양한 계층과 인종의 사람들은 좁은 열차를 타고 가면서 줄어드는 식량을 놓고 생과 사를 넘나드는 다툼을 벌이기 시작한다.

영화 배경과 설정상 대사가 80% 가량이 영어다. 배우도 다국적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할리우드 유명 스타부터 프랑스와 일본 배우들이 출연 예정이다. 현재 캐스팅 라인업 중 공개된 배우는 한국의 송강호가 유일하다. 시나리오는 지난해 7월 완성본이 나왔다. 봉 감독이 직접 썼다. 내용은 원작의 기본 플롯만 남기고 많이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봉 감독과 ‘설국열차’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만화책 읽기가 취미인 그는 그해 홍대 앞 책방에서 이 만화를 발견하고 스토리에 반해 선채로 모두 읽었단다. 이후 친한 선배인 박찬욱 감독이 대표인 모호필름에 제안해 판권을 사들였다.

빠르면 3월 안에 크랭크인해 연말이나 늦으면 내년 초 관객들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촬영지는 설원 장면이 대부분이라 러시아나 캐나다 아이슬란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세트 촬영의 경우 체코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 거대 프로젝트의 제작은 박찬욱 감독이 맡았다. 박 감독에 따르면 워낙 큰 프로젝트이기에 해외 투자사의 경우 아직까지 여러 변수가 많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배급 역시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와 논의 중이다.

‘디테일의 마술사’ 또는 ‘봉테일’로 불리는 봉준호의 거대 프로젝트가 어떤 결과물로 탄생될지 영화인들의 이목이 집중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설국열차’가 한국영화의 블록버스터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것이란 점이다. 그 중심에 봉준호가 있다.

◆ 할리우드가 주목한 한국의 하드보일드

박찬욱 감독은 지난해 한 해를 오롯이 후배 봉준호의 ‘설국열차’에 투자 한 듯 했다. 자신의 2003년 연출작 ‘올드보이’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에도 관여하며 바쁜 나날도 보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10월께 할리우드에 진출해 니콜키드먼, 미아 와시코우스카, 매튜 굿 등이 출연하는 ‘스토커’의 연출을 끝냈다. 시나리오는 인기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의 히어로 엔트워스 밀러(석호필)가 썼다.

제목인 스토커는 영어로 ‘Stalker’가 아닌 ‘Stoker’다. 드라큘라의 원작자 브람 스토커의 성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 박찬욱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는 흡혈귀 영화인가?. 박 감독은 이미 ‘박쥐’를 통해 흡혈귀 소재를 다뤄봤다.

내용은 이렇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갑자기 충격에 빠진 인디아(미아) 앞에 나타난 낯선 삼촌(매튜 굿). 어머니(니콜 키드만)와 함께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인디아는 삼촌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상황들을 접하게 된다. 현재 후반 작업이 한 창인 ‘스토커’의 대강 내용이다.

시나리오를 쓴 엔트워스 밀러는 미국 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지만 뱀파이어 영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당초 그는 영화 속 삼촌 역을 강하게 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프리즌 브레이크’로 얻은 선한 이미지를 벗고 싶었단다. 그의 의지대로라면 삼촌역은 상당한 악역이다. 더욱이 연출을 맡은 감독이 ‘복수 3부작’의 주인공 박찬욱 아닌가.

‘복수 시리즈’와 ‘박쥐’를 통해 느껴본 박찬욱의 ‘차가운 스크린’을 짐작한다면 ‘스토커’의 냉기가 심상치 않을 것임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정확한 국내 개봉 일정은 아직 미정지만 올해 안임은 확실하다.

◆ 한국판 서부극, 그 중심에 김지운

김지운 감독에겐 특별한 감각이 있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달콤한 인생’과 ‘놈놈놈’ 그리고 ‘악마를 보았다’에서 보여 준 ‘남자의 힘’이 그것이다. 물론 그의 감각이 단순히 ‘남자’로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장화 홍련’이나 ‘쓰리’ ‘반칙왕’ ‘조용한 가족’들을 통해 보여 준 밀도 높은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도 탁월하다. 2009년 할리우드가 그의 작품 ‘장화 홍련’을 리메이크하면서 상품성도 인정받았다.

자신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리스트 스탠드’는 그의 이 같은 능력이 조화를 이룰 첫 번째 작품이 될 전망이다. 영화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보안관이 멕시코 마약 범죄 조직의 두목을 쫓는 내용이다. 일종의 서부극 형태로 꾸며 질 예정이지만 웨스턴 무비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출연진으로만 보면 국내 할리우드 진출 감독 작품 중 최고다. 보안관 역에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츠제네거가 출연한다. 정치 활동으로 은막을 떠났던 그가 복귀작으로 김지운의 ‘라스트 스탠드’를 선택했다. 또한 흑인 명배우 포레스트 휘태커와 영화 ‘300’에서 크세르크세스왕으로 출연한 로드리고 산토로도 합류했다.

김 감독은 “‘라스트 스탠드’는 ‘다이하드’와 서부영화의 고전 ‘하이 눈’을 섞어 놓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크랭크인 한 ‘라스트 스탠드’는 후반 작업을 거쳐 오는 12월께 국내 개봉예정이다.

◆ “다시 한 번 1000만”…윤제균 ‘템플 스테이’

윤제균 감독에게 지난해는 문자 그대로 한숨의 일 년이었다. 단순히 성적표만 보면 분명 그랬다. 여름 시즌 ‘빅4’ 가운데 두 작품인 ‘7광구’와 ‘퀵’에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두 작품의 성적은 이미 공개된 바와 같이 참패였다.

하지만 윤제균이 누구인가. “한국 영화에서도 재난 영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해운대’(2009)의 연출자다. 무려 1130만명이 그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런 윤 감독이 차기작으로 또 다시 모험을 선택했다. 새로운 도전이란 뜻의 모험이 아닌 사전적 의미의 모험이다. 가족 어드벤처 무비 ‘템플 스테이’가 그것. 그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템플스테이’는 관광차 한국에 온 미국인 가족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어떤 물건에 손을 대고, 그 결과 신비한 어떤 공간에 갇힌 뒤 그곳을 탈출하기 위한 과정을 그린다.

자신이 대표인 JK필름 및 할리우드 영화 ‘나홀로 집에’ ‘해리포터’ 시리즈,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만든 할리우드 제작사 1492픽쳐스의 공동 제작 형태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시나리오가 나온 상태에서 캐스팅 및 프리프로덕션(사전 제작 단계)을 진행 중이다.

윤 감독은 “아시아권 시장을 위해 중화권 출신 배우의 캐스팅을 고려 중”이라며 “한국 배우의 캐스팅 가능성도 열린 상태”라고 귀띔했다. 올 봄 크랭크인과 연말쯤 개봉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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