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광고로 보는 경제] 우리 모두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건

▲ 1980년대 초반의 어느 잡지 광고.
▲ 1980년대 초반의 어느 잡지 광고.

“스윗치를 넣었어요”

열심히 생각해봤는데, 끝내 '스윗치'를 넣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디다가 무슨 스위치를 넣어, 어떻게 됐는지도 설명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설명이 없는 걸 보면 어차피 그리 크게 중요한 의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살펴보자.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듣는다는 건

전 근대에는 음악을 맘껏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권력이었다. 심지어 어느 정도 부와 힘이 있는 사람이라도 별로 맘껏 들을 수도 없었다. 음악을 들으려면 ‘들으러 가야’하거나, 비용을 들여 누군가를 ‘불러 와야만’ 했다.

▲전기로 움직이는 축음기라서 '전축'.
▲전기로 움직이는 축음기라서 '전축'.

그 유명한 토머스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하며 드디어 누구나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오르골이란 물건도 있었긴 한데, 그 특성상 ‘원하는 음악’을 듣는다기보다 원하는 음악과 ‘비슷한 멜로디의 음악’을 듣는 물건이라 봐야 한다. 따라서 축음기처럼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옛날의 축음기는 손으로 태엽을 감아서 원반형의 레코드를 돌리는 힘을 얻어야 했다. 이것을 전기로 돌리는 물건이 발명되서 ‘전기 축음기’, 줄여서 ‘전축’이다. 바로 위 사진에서 보이는 그것이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는 집집마다 이걸 하나씩 사두는 게 당시 일종의 유행이자, 부의 상징이었다.

카세트테이프. 이 저장매체와 이를 틀어주는 음향기기의 발명으로 인류 음악사는 또 한 번의 혁명적인 변화를 맞는다. 드디어 ‘원하는 음악을 들고 다닐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마이마이…일반명사화된 그 제품

근데 카세트테이프의 혁명은 미완이었다. 위의 상품은 ‘카세트 포타블(Cassette Portable)’이라고 불렸다. 휴대용 제품이라는 뜻이다. 휴대용이니까 들고 다닐 수는 있다. 저 위의 사진의 전축을 ‘들고 다닌다’고 생각해보자. 그런 생각이 될 리가 없다. 이것과 비교하면, 손잡이까지 달린 제품은 그래도 휴대용이라고 봐줄 수 있겠다.

▲멋있기는 한데... (게티이미지뱅크)
▲멋있기는 한데...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슬럼가 같은 곳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이렇게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셨을 것이다. 뭐 나름대로 분위기 있고 멋진 연출 소품이 돼줄 수도 있긴 하겠다. 하지만 이동 중에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이렇게 어깨에 ‘지고’ 다녀야 한다면, 완전한 의미에서 휴대용 음향기기라고 볼 수는 없다. 이걸 ‘포터블’한 음향기기로 불러준다면, 듀얼모니터가 달린 LG V50 ThinQ도 ‘폴더블’ 폰이라고 불러줘야 한다.

이때 엄청난 히트작이 등장하는데…

▲'소형'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마이마이'. 누가봐도 위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와 비교해 볼 때 엄청나게 경량화했다.
▲'소형'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마이마이'. 누가봐도 위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와 비교해 볼 때 엄청나게 경량화했다.

1981년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마이마이’. 전자기기 기술의 정수는 성능 향상보다는 소형화에 있다. 그게 곧 집약도라는 하나의 가치를 의미하기도 하고. 기술의 발전은 드디어 삼성전자가 정말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음악기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데 이른 것이다.

...는 사실 일본에서 먼저 나온 제품이다. 세계 최초의 소형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그 이름하여 ‘워크맨’이다. 세계적으로는 이 상품군에 ‘워크맨’이라는 이름이 널리 쓰였으며, 우리나라에선 삼성전자의 ‘마이마이’라는 이름이 이 상품을 대표하는 단어로 쓰였다.

▲비슷한 상품은 금성(지금의 LG)이나 대우에도 있었다. 기능은 그냥 대충 읽어 보시고. 여기 모델을 장식하신 분들로 말할 것 같으면... 크으... 부모님께 여쭤보시길.
▲비슷한 상품은 금성(지금의 LG)이나 대우에도 있었다. 기능은 그냥 대충 읽어 보시고. 여기 모델을 장식하신 분들로 말할 것 같으면... 크으... 부모님께 여쭤보시길.

◇‘기-승-전-스마트폰’

이 뒤의 이야기는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류의 소형 전자기기들의 결말은 모두 비슷비슷하게 ‘기-승-전-스마트폰’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콤팩트디스크, CD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불린 저장매체의 등장은 단순히 ‘음악을 들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해결한 인류에게 ‘음악의 질은 어떠한가’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그 다음으로 등장한 mp3 파일과 mp3플레이어. 완전히 디지털화된 이 저장방식은 ‘얼마나 편리하게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느냐’라는 문제를 던졌고, 이는 곧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나아간다.

현재 거의 절대 다수의 사용자는 음악을 감상할 때 스마트폰을 통해 음원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있다.

▲왼쪽부터 CD플레이어,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말그대로 기하급수적인 기술발전 속도였다.
▲왼쪽부터 CD플레이어,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말그대로 기하급수적인 기술발전 속도였다.

사람마다 다른 평가를 할 수 있지만 기자는 ‘마이마이’, 정확히 말하면 ‘소형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불러온 혁명이야말로 인류 음악사의 가장 극적인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음악을 어떤 저장매체에 ‘들고 다니며’ 듣고 있을게 틀림없다. (음원 스트리밍도 멀리 있는 저장매체에 저장된 음악을 무선 통신으로 연결해 듣고 있는 것이다.) ‘휴대하는 음악’이라는 혁명적인 개념 전환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더 가치있는 의미도 있다. 음악이라는 ‘소수의 계층만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특정한 장소에서만 듣던 콘텐츠’‘누구나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든 제품이 바로 ‘소형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다. 심플하게 말하면 ‘대중화’요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문화의 평등을 이뤄낸 사건’이라고 볼 수 있겠다.

뭐 소니나 삼성전자가 그런 숭고한 의도를 갖고 만든 제품이라는 건 아니고, 그냥 어떡하다보니 그랬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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