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ㆍ쉼포족ㆍ삼포세대… 한국 사회를 따지다

입력 2016-12-0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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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대변하는 책들 잇달아 출시돼 주목

▲욕망사회/ 성정모/ 휴/ 1만1000원
▲욕망사회/ 성정모/ 휴/ 1만1000원

‘헬조선’(한국 사회가 지옥 같다는 뜻), ‘쉼포족’(휴식을 포기할 정도로 바쁘고 고달픈 삶을 사는 현대인), ‘삼포세대’(경제ㆍ사회적 압박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2030세대) 등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신조어들이다. 이런 신조어들이 등장할 정도로 한국 사회는 실업문제, 빈부격차 문제, 부정부패 등의 심각성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안은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책들이 잇달아 출시돼 주목받고 있다. 독자들도 현실을 그대로 옮긴 책들을 보면서 위로받고 자신을 스스로 반성하고 책 안에 나를 대입시켜 공감을 얻는 모습이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ㆍ부동산학과 교수가 쓴 ‘지위경쟁사회’는 그야말로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한국 사회를 ‘지위경쟁’이라는 용어로 분석에 나섰다. 지위경쟁은 학력이 사회적 지위획득의 수단이 되면서 사람들이 더 높은 학력을 취득하려고 경쟁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 단계라도 더 높은 등위를 지향하는 지위경쟁은 사람들을 끝없는 불안과 초조 상태로 만든다.

저자는 이 용어를 빌려와 그 개념을 확대하고 재규정했다. 사람들이 중요로 하는 것은 ‘남들보다’ 무엇을 얼마나 더 가졌는지이고, 절대적인 성취보다 상대적인 위치가 더 중요해지는 경쟁, 이것이 지위경쟁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라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요소다. 우리 사회의 노동, 소비, 교육, 결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위경쟁은 꾸준히 펼쳐진다. 하지만 이 같은 지위경쟁은 우리 모두의 행복을 깎아 먹으며, 전 사회적인 노력의 낭비를 가져온다.

▲지위경쟁사회/ 마강래/ 개마고원/ 1만4000원
▲지위경쟁사회/ 마강래/ 개마고원/ 1만4000원

‘지위경쟁사회’의 저자는 우리가 경쟁의 정도와 속도를 늦춰야만 한다고 말한다. 지금과 같은 지위경쟁은 경쟁의 내용보다 순위에 집착하게 만들어 본질을 잃게 하고, 출혈 경쟁으로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며 소수가 사회적 보상을 독식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경쟁으로 인한 이득보다 폐해가 훨씬 크다는 걸 깨닫고 새로운 협력적 시스템을 고민하자는 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다.

한국계 브라질인 신학자인 성정모가 쓴 ‘욕망사회’는 자본주의 사회 곳곳에 서서히 젖어들어간 욕망의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삶을 지배하는 욕망의 본질을 깨닫고 그것을 변형시켜야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욕망한다. 그 욕망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결핍에 시달린다. 저자는 인류가 욕망으로 인한 불행에서 벗어나려면 최악의 불평등한 경제구조를 바꿔야할 뿐만 아니라 인간 개개인도 욕망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개개인이 욕망을 추구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인식, 즉 ‘무엇을 욕망하는지도 모른 채 끊임없이 욕망하는 것’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리사회/ 김민섭/ 와이즈베리/ 1만3000원
▲대리사회/ 김민섭/ 와이즈베리/ 1만3000원

‘대리사회’는 대학 강사에서 대리기사가 된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노동 현장 단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지방대학에 시간강사로 일하면서 생활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맥도날드 매장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이야기로 시작한다. 시간강사는 대학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리였지만 제대로 된 권리조차 누리지 못했고, 큰 좌절을 느꼈다. 반면 맥도날드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려 하자 사유서 제출과 퇴직금 지급이라는 상황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알게 해줬다고 전한다.

이후 그는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야간 대리운전을 하게 됐고, 대리기사로서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모두 ‘타인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대리기사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우리 사회는 개개인에게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할 것을 요구한다. 현실은 어느 공간의 대리인으로서 살아오고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에 빠진 나머지 마치 자신이 주체가 되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사례처럼 밀려나고 나서야 스스로 ‘대리인간’임을 알게 되지만 이미 그때는 너무 늦다고 역설한다.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며 사는 ‘대리인간’에 대한 많은 생각하게 하는 요즘, ‘대리사회’는 사회에서 주체성을 갖고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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