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머크 공시에 알테오젠 ‘와르르’…계약위반 보상 가능성은 ‘글쎄’
입력 2026-01-26 13:33

미국 머크(MSD)가 알테오젠과의 계약 관계에서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MSD의 로열티비율 공시로 인해 알테오젠의 주가는 22% 폭락했지만, 두 회사 사이의 금전적 보상이 오갈 가능성은 낮다.
알테오젠은 MSD가 일방적으로 ALT-B4 로열티율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계약 위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ALT-B4는 정맥주사제(IV)를 피하주사제(SC)로 변경하는 의약품 제형 기술이다. 알테오젠이 MSD에 기술수출했으며, MSD의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의 제형을 변경한 신제품 ‘키트루다SC’에 적용됐다.
두 회사는 2020년 6월 처음 ALT-B4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상대방 및 계약상대방의 신약개발과 관련한 정보를 모두 영업비밀로 약정했다. 이후 2024년 2월 변경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상대방이 미국 머크이며, 개발 품목은 키트루다SC라는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 두 번의 계약 내내 알테오젠이 받는 로열티율은 비공개 사항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MSD는 지난해 3분기 실적보고서에 알테오젠과 계약한 로열티율을 ‘2%’로 공시했다. 이는 그간 국내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로열티율 4~5%의 절반 수준이다. 해당 보고서가 공개된 것은 지난해 10월 2일이었지만, 로열티율 공시 사실이 최근 국내에 뒤늦게 알려지며 16일 51만 원을 돌파했던 알테오젠의 주가는 21일 37만 원까지 급락했다.
로열티율 공개에 따른 파장으로 알테오젠과 MSD는 난처한 상황에 봉착했다. 키트루다SC는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1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승인을 받아 ‘키트루다 큐렉스’라는 제품명으로 출시했다. 본격적으로 매출을 벌어들이기 시작할 시점에 장기적인 파트너십에 잡음이 생긴 셈이다.
알테오젠은 MSD가 비밀 약정을 어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로열티율을 공개하지 않기로 정하고 계약을 체결했는데, 미국 머크에서 텀(term)을 어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배경에 대해서는 “고의적으로 올린 것 같진 않다. 많은 기업과 다양한 딜을 하는 회사이고, 워낙 많은 임직원이 근무를 하다보니 법률부서와 재무부서의 얼라이언스(소통)이 덜된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파트너십에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미국 머크와 우리측 변호사를 통해 이번 사안을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머크의 한국법인인 한국MSD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계약과 관련된 세부 사항은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어떤 연유로 로열티비율이 공개됐는지 본사에서 확인하고 있으며, 앞으로 재발방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두 회사의 계약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정인 ‘레귤레이션(Regulation) S-K’는 기업의 사업이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상당 부분 의존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중요 계약(Material contracts)’으로 규정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키트루다는 2024년 한 해에만 285억 달러(약 40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벌어들일 정도로 MSD의 주요 품목으로, 이와 관련된 라이선스 계약은 중요 계약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즉, 알테오젠과 MSD가 미국 법률상 지킬 수 없는 비밀 약정을 한 셈이다.
MSD가 알테오젠이 입은 타격에 대해 보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주가 폭락이 실질적인 피해로 인정되기 어려워서다. 알테오젠으로서는 MSD와 협의를 통해 ‘원만한 해결책’을 찾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분석이다.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기술 수출입 통제대응 센터장은 “주가 하락은 향후 기대되는 이익의 양이 적다는 것에 대한 주주들의 실망감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며 “로열티율 공개에 따른 관념상의 손해는 있을 수 있지만, 손해는 실질적인 재산상의 피해가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센터장은“일반적으로 기업이 이에 따른 손해를 입증하기는 어렵다”라며 “두 회사가 파트너 관계이므로 법적 분쟁을 벌일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라고 부연했다.
또 ‘로열티율 2%’가 알테오젠의 주가 폭락을 유발할 정도로 결정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키트루다의 글로벌 매출 규모와 향후 지속적으로 유입될 현금을 고려하면, 2%도 대규모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두 회사가 2024년 변경 체결한 계약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2028년까지 로열티와 마일스톤을 합쳐 총 1조4000억 원을 수령하고, 이후에도 매출에 연동되는 로열티를 받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존 키트루다 품목의 매출을 고려하면 2%는 낮은 비율이 아니다”라며 “로열티율 수치 하나만으로 계약의 질과 기업의 가치를 짐작하는 것은 과도하게 단편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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