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로보틱스 IPO, 1.8조→7조 점프…기업가치 설득력 확보 '과제'
입력 2026-01-15 16:28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HD현대로보틱스가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며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시장에서는 두산로보틱스를 잇는 로봇 대장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면에는 기업가치(밸류에이션) 괴리와 수익성 입증이라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였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현대로보틱스는 최근 UBS,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HD현대로보틱스의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7조~8조 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24년 10월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당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인 약 1조8000억 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불과 1년여 만에 기업가치를 4배 가까이 끌어올려야 하는 셈으로, 이 간극을 메울 설득력 있는 논리가 부족할 경우 고평가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압도적인 외형에 비해 수익성은 과제로 남았다.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매출액은 약 2149억 원으로, 경쟁사 대비 독보적인 1위 규모를 유지했다. 다만 같은해 영업이익은 약 2억6000만 원으로 흑자를 냈으나, 당기순손실이 118억 원에 달했다. 더욱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15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장 과정에서 수익성 개선 로드맵이 핵심 점검 항목이 될 전망이다.
재무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HD현대로보틱스가 7조 원 몸값을 조준하는 근거는 차별화된 상장 청사진(에쿼티 스토리)에 있다. 경쟁사인 두산로보틱스가 카페나 치킨 조리 등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와 밀접한 협동로봇 시장을 공략하며 확장성에 베팅했다면, HD현대로보틱스는 철저히 '중후장대' 산업에 집중하는 식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그룹 내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등 든든한 계열사 내부 시장(캡티브 마켓)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 2024년 특수관계자 매출 내역을 보면 HD현대중공업 등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은 4.6% 수준이다. 2023년 계열사 거래(지배기업·유의적 영향력 행사기업 제외) 비중이 약 1.3%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그룹사향(向) 매출 비중이 3배 이상 증가하며 캡티브 마켓 영향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내부 수요 급증은 단순한 실적 방어막을 넘어 회사가 내세우는 에쿼티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해석된다. 계열사들이 로봇 도입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조선업계의 인력난과 작업 현장의 안전·품질 이슈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다. 용접 공정 자동화 로봇과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이 생산성을 떠받치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회사는 캡티브 마켓에서 검증된 레퍼런스를 발판 삼아 타 산업으로의 확장성을 강조하며 높은 기업가치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가장 큰 우려는 '중복 상장' 이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주사인 HD현대가 지분 90%를 보유한 자회사다. 핵심 사업 자회사가 상장할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더블 카운팅' 디스카운트가 적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모 구조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하다. 프리IPO에 참여한 KDB산업은행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상장을 통해 자금을 회수(엑시트)하길 원하지만, 회사 측은 신사업 투자를 위한 신주 모집이 절실하다. 구주 매출 비중이 높을 경우 공모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프리IPO 밸류가 1조8000억 원이었는데 불과 1년여 만에 특별한 실적 퀀텀 점프 없이 3배 이상의 몸값을 부르는 것은 시장 눈높이와 괴리가 클 수 있다”며 “단순히 '로봇 테마'에 편승하기보다 적자 구조를 어떻게 탈피하고 계열사 매출을 넘어선 확장성을 보여줄 것인지 숫자로 증명하는 것이 공모 흥행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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