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규제 시계 빨라졌다"…국회서 커진 원화 스테이블코인 속도전·인프라 과제
입력 2026-04-17 11:56
美 기준 정합성 확보와 지급수단 정의·준비자산 설계 병행 과제
유통 허용 범위와 결제 인프라까지 함께 짜야 시장 경쟁력 확보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가 구체화하면서 정치권과 업계, 학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방향과 속도를 두고 논의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미국 규제와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급수단 정의, 준비자산 범위, 유통 구조, 결제 인프라를 함께 설계해야 한국이 제도화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와 한국 디지털자산 입법 과제’ 세미나를 공동 개최하고 글로벌 규제 흐름에 맞춘 신속한 입법과 제도 설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미국 통화감독청(OCC)과 재무부의 스테이블코인 규칙제정 예고안(NPRM)을 중심으로 글로벌 규제 흐름을 짚고, 이를 국내 입법 과제와 연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 상정을 추진하고,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도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존 가능성을 언급하며 전향적 태도를 보인 만큼 이번 논의는 제도화 방향과 속도를 가늠할 분수령으로 평가받는다.
민병덕 의원은 입법의 골든타임과 중요성을 짚었다. 그는 “향후 몇 개월간의 입법 과정에 따라 대한민국이 달러화에 휩쓸릴지, 흐름을 주도하는 새로운 G2 국가로 도약할지가 결정될 중대한 시기”라며 “국회 차원에서 미국의 법체계와 실상을 철저히 분석해 본격적인 입법 논의에 돌입하겠다”라고 밝혔다.
신장식 의원은 한국 실정에 맞는 쟁점 정리와 입법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 의원은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글로벌 규제 흐름과의 정합성, 국내 경제 및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통화 주권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며 “향후 동료 의원들과 함께 미국 현지를 직접 방문해 관련 동향과 현장의 고민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겠다”라고 말했다.
발제에 나선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은행에 준하는 체계로 편입시키며 글로벌 인허가권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를 보인다”라며 “향후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유통되려면 국내에서 마련될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미국 규제 프레임워크와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이라는 점을 미국 재무부로부터 공식 인정받아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발행사들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탁 준비자산의 실시간 온체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자금이 다른 체인으로 이동할 때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신원확인(KYC) 정보가 누락되지 않도록 고도의 크로스체인 추적 기술과 IT 보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전 세계적인 규제 룰 세팅이 거의 확정 단계에 이른 만큼 한국 정부와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궤도를 맞추느냐에 따라 산업의 명운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OCC는 NPRM 의견 제출 기한을 5월 1일로, 최종 규칙 발표 시점을 10월 18일로 제시한 상태다. 글로벌 규제의 큰 틀이 올해 안에 굳어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한국 역시 입법과 정책 대응을 더 늦추기 어렵다는 게 김 대표의 지적이다.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조속한 입법과 함께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성격을 지급수단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의 지급수단 기능을 분명히 하고,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 등 기존 제도와의 관계도 구체적으로 정리해 사업자들의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준비자산을 예금 등으로만 한정하면 단기 국채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국내 현실상 현금이나 요구불예금만으로는 수익성이 낮고, 기존 전자지급수단과의 차별성도 약해질 수 있다”라며 “머니마켓펀드(MMF)나 환매조건부채권(Repo) 등으로 적격 자산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스테이블코인 유통과 관련해서도 제언했다. 한 변호사는 “향후 은행이 5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이 꾸려지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은 대형 플랫폼 기업이 유통을 맡는 구조가 될 수 있다”라며 “이들이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자사 플랫폼에서 해당 스테이블코인의 유통과 사용이 제한되면 활성화가 크게 저해될 수 있는 만큼, 특수관계인이라도 유통을 허용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안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결제수단만 볼 게 아니라 실제로 구동될 인프라 전체를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라며 “국내 당국 역시 제도를 일방적으로 확정하기보다 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투명하게 수렴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입법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인프라 설계의 시급성에 공감했다. 이 교수는 “향후 실물자산 토큰화 시대에는 자산과 스마트 컨트랙트(규칙), 돈이 모두 동일한 인프라 위에 올라와 실시간 결제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한국이 독자적인 글로벌 결제 인프라를 마련하지 못하고 결제 체계에서 병목이 발생하면 국내 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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