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에 또 볼 아이인데 ‘공부 잘해라’ 한마디 던져주면 되는 거 아닌가? 애정표현에 인색했던 나로서는 이 나라 부모들의 등굣길 배웅이 좀 과해 보였다.
한 번은 아이들 친구 가족의 초대를 받아 그 집을 방문했는데 현관 앞에서부터 온 가족이 나와 반갑다고 손을 잡아주고 힘껏 안아주고 양쪽으로 볼을 맞대고 입으로 ‘쪽’ 소리를 내며 환영해주는 통에 살짝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는 주로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하거나 악수를 하는 선에서 환영의 절차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이곳 포르투갈에서는 친한 사람을 만나면 서로 안아서 등을 토닥여주고 가볍게 볼을 맞대는 것이 일반적인 인사법이다. 그렇다고 유럽 각국이 비슷한 인사 예절을 갖는 건 아니다. 독일 영국 등 북부 유럽 국가는 보수적인 문화가 강해서 눈을 마주치며 굳게 악수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부 유럽은 신체 접촉에 더 개방적이다.
한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유럽 8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포르투갈인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포옹, 키스 등 애정표현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스페인이 이었다. 아마도 이들에게 있어서 습관처럼 이어진 가족들과의 포옹은 하루를 열어가는 활력소였으리라. 그런데 이런 문화적인 측면을 차치해두고서라도 누군가를 안아주는 행위는 스트레스 감소와 통증 완화 등 건강상 이점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단 10초 20초만의 포옹으로도 우리 몸에서는 옥시토신, 세로토닌, 도파민 등 불안감을 줄이고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들이 생성돼 우울증이 완화되고 피로가 해소되며 면역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에 몇 번의 포옹이 필요할까?
미국의 작가이자 심리치료사인 버지니아 사티어는 “생존을 위해서는 하루에 4번의 포옹이 필요하고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8번의 포옹이, 성장을 위해서는 하루에 12번의 포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포옹을 받을수록 포옹의 이점을 얻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안아주세요, 안아주세요, 꼭 한 번 안아주세요’ 단순한 가사와 쉬운 멜로디, 행복이 묻어나는 영상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는 GS홀딩스의 광고를 흥얼거려본다.
‘가정의 달’ 5월엔 소중한 가족을, 연인을 꼭 안아주자. 아니, 5월뿐만 아니라 1년 내내 한결같이.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