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엔비디아 돈독한 우정 확인
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도 참관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5’가 나흘간의 여정 끝에 마무리됐다. 올해 컴퓨텍스에는 전 세계 반도체·테크 기업들이 총출동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이들과 대만 생태계의 동맹이 빛난 것으로 평가된다.
23일(현지시간) 컴퓨텍스 2025가 폐막한다. 20일 개막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으나, 이보다 하루 전인 19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이 박람회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하는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황 CEO의 올해 기조연설은 1월 미국 가전·IT 박람회 ‘CES 2025’와 3월 엔비디아 주최의 AI 콘퍼런스 GTC 이후 세 번째다. 그는 이번 기조연설에서 AI 칩 연결 속도를 높이는 NV링크 퓨전 기술을 새롭게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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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은 엔비디아 제품이 아닌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함께 사용하게끔 해준다. 이를 통해 다양한 CPU나 주문형 반도체(ASIC)를 결합해 AI 인프라 구축이 더욱 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NV링크 퓨전을 위한 AI 칩 제조 파트너사로는 대만 기업인 미디어텍과 알칩, 미국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 등을 선정했다.
엔비디아의 새로운 본사가 대만에 설립된다는 소식도 함께 발표됐다. 이를 통해 TSMC 등 대만 기업들과 더 원활하게 소통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와 관세 정책 발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기술 향상과 공급망 강화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황 CEO는 미국 행정부를 향해 비판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21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미국의 중국 수출 규제는 잘못됐다”며 “수출 통제는 중국 기업들이 개발을 가속할 동기와 정부 지원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황 CEO는 컴퓨텍스 개막 첫날인 20일 SK하이닉스 전시장을 방문해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8단, 12단 대부분을 납품하고 있으며 6세대인 HBM4 양산도 준비 중이다.
황 CEO는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을 만나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샘플 제품에는 “원팀!” “SK하이닉스, 사랑한다” 등 메시지도 남기며 끈끈한 관계를 확인했다.
올해 컴퓨텍스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첫 데뷔전이다. IT 거대 시장인 대만을 공략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비공개 전시장을 꾸려 27형 UHD 해상도의 QD-OLED 패널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력을 뽐냈다. 로봇이 OLED 패널을 잡고 흔들어 LCD보다 가볍게 움직이는 모습도 연출하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컴퓨텍스는 당초 조립식 PC와 부품 전시회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지난해 AI 흐름이 강화되며 전 세계의 AI 기업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대만 전시관 관계자들은 “데이터센터와 AI가 확대되고 있고 그 가운데에 대만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컴퓨텍스에 직접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기업들을 격려하는 등 한층 상승한 컴퓨텍스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