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째를 맞은 가운데 건설업 사망사고가 뚜렷하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후보들은 법의 존폐 여부를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으며 충돌하고 있다.
22일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분기 77명이던 사망자 수는 2023년 65명, 2024년 64명으로 줄었지만 올해 다시 71명으로 반등했다.
같은 기간 건설업 사망사고 건수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22년 1분기 70건이던 사망사고는 올해 1분기 63건으로 미세하게 줄었을 뿐 전반적으로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양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2022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적용됐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실효성 부족, 처벌 기준의 모호성, 소규모 사업장의 대응 역량 부족 등 여러 한계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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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대선 후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정반대의 시각이 충돌하고 있다. 중대재해와 관련해 기업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대선 국면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15일 중소기업중앙회 조찬 강연에서 중대재해법을 '악법'으로 규정하며 “결정권자가 되면 반드시 고치겠다”고 말했다. 21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사업주) 구속한다고 사망자가 없어지는 게 아닌 걸 다 안다”며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예방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지 않은 책임은 안전관리자에게 있다”며 법 폐지보다는 실제 책임자 처벌과 예방 조치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일 경기 의정부시 유세에서 “같이 합의해서 사인해놓고 악법이라고 주장하면 되겠나”라며 법 폐지를 주장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직격했다. 이 후보는 “산업현장에서 법이 정한 안전조치를 다 지키면 물론 돈이 들지만 돈을 벌려면 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의 존폐에 대한 이분법보다는 법의 이행력과 현장 관리 시스템의 실질 개선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자동으로 현장의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 적용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뚜렷하게 줄지 않는 이유는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업장이 법을 지킬 수 있는 구조적 기반과 실행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장에서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면 형식적인 조치에 그치지 않고 위험 요인에 대한 실질적인 파악과 개선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