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입찰가 발목⋯감면 신중해야” 지적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임차료를 낮춰달라며 법원에 조정 신청을 내 업계 시선이 주목된다. 두 면세점은 지난해부터 적자에 허덕이는 만큼 임차료 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천공항에 입점하기 위해 두 업체가 무리하게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만큼 추후 임대료를 낮춰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 29일, 신라면세점도 같은달 8일 각각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공항 임대료 조정 신청을 냈다. 제1·2 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내용이다. 신라와 신세계의 임대료 조정 신청에 대한 조정 기일은 내달 2일이며, 두 회사의 특허 기간은 10년으로 아직 8년이 남은 상황이다.
인천공항은 2023년 면세 사업자 선정 당시 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해 임차료를 산정하도록 방식을 바꿨다. 이전에는 입찰 때 적어낸 정액으로 임대료를 받았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며 여객 수에 따라 임대료가 늘거나 줄어들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입찰 당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최저가보다 20% 높은 금액에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 통 큰 베팅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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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천공항 이용객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상황 속에서도 영업 환경 변화로 수익 확대는 더딘 상황이다.
면세점업계 큰손으로 통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고 면세점 대신 올리브영, 무신사 등에서 쇼핑하는 외국인들도 늘었기 때문이다. 고환율로 면세점 쇼핑의 이익이 줄어든 것도 매출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697억 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고, 신세계면세점도 지난해 359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각각 50억 원 23억 원의 적자를 내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이 때문에 두 업체는 지난해부터 임차료 감면을 절실하게 요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업체에 대한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시선도 있다. 특히 신라·신세계면세점보다 낮은 입찰가를 써내 인천공항에 매장을 내지 못한 업체들의 불만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양사와 함께 인천공항에 입점한 현대면세점은 지난해 공항에서 연간 3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도 임차료 감면이 수익성 회복을 위한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 당시에도 신라와 신세계가 써낸 금액이 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임대료를 깎아주면 수익성을 고려해 입찰가를 낮게 적어내 탈락한 업체들은 억울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과거 롯데면세점이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에 인천공항에 임대료 산정 방식 변경을 요구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못한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이번 임차료 감면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시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초강수를 뒀지만 재협상에 실패해 위약금을 지급하고 매장 일부를 조기 반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