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 970만 명 돌파, 시장은 팽창 중
대선 후보들 '가상자산 현물 ETF' 공약에도 투자자 '싸늘'
업계·당국, 제도화 위한 실질적 방안과 도입 의지 강조
비트코인 가격이 4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자산 순위 5위에 올랐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도 970만 명을 넘어서며 가상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잇달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제도화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지만, 과거 사례 탓에 시장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업계는 실질적인 도입 방안을 조언했고, 금융당국도 현물 ETF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2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은 11만906달러(약 1억5307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4개월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11만 달러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아마존을 제치고 세계 자산 순위 5위에 올랐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자산 시장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투자자 수 또한 급증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970만 명으로, 상반기(778만 명) 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시장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지만, 관련 제도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업계는 허가 중심의 '포지티브(Positive) 규제'가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을 제약한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현행법상 명시된 내용만 허용되며 그 외 영역은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가상자산 시장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특징이 있어 규제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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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 대선 후보가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잇달아 언급하면서 관련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현물 ETF 거래 허용을 포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청년 자산 형성 공약의 하나로 현물 ETF 도입을 주장했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의 실물 가격을 직접 추종하는 상품으로, 가상자산 투자 활성화를 이끌 핵심 요소로 꼽힌다. 별도의 가상자산 지갑이나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증권사를 통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어 투자 접근성이 크게 높아진다. 또한, ETF를 통한 기관 중심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어 수급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전망된다.
다만 지금까지 도입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법안을 발의했지만, 정부 반대로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도 22대 총선 당시 관련 공약을 제시했으나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가 공통으로 친(親) 가상자산 정책을 내세웠지만, 투자자 반응이 회의적인 이유다.
업계는 현물 ETF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핀산협)는 이달 14일 ‘K-비트코인 현물 ETF 콘퍼런스’를 열고, 한국형 가상자산 ETF의 방향성과 과제를 논의했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가상자산 현물 ETF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조건”이라며 “현재 국내는 커스터디(수탁)와 유동성 공급자(LP) 등 기본 인프라가 부족해, 선물 ETF를 우선 도입한 뒤 현물 ETF로 확장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도 팔을 걷어붙였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해당 콘퍼런스에서 “현물 ETF 도입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금융투자업계는 가상자산 현물 ETF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국회,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