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사이] 42. 미국이 '관세전쟁'에서 중국을 이길 수 없는 세 가지 이유

입력 2025-05-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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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부터 공급망까지 쥔 중국
버티는 싸움서 미국이 더 불리해

지난 4월 9일 트럼프발 관세폭탄이 본격화되자 대부분의 나라들이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바쁘게 대응하는 반면 중국만 동등한 보복관세로 미국에 맞섰다. 145%와 125%의 상호보복관세가 맞붙는 세기의 미중관세전쟁이 벌어졌다. 한 달이 지난 9-10일 양국간 협상을 통해 90일간의 휴전을 선언했다.

미중관세전쟁이 본격화되는 시점 ‘중국이 관세전쟁에서 미국을 이길 수 없는 3가지 이유’라는 국내 칼럼이 발표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여러 지인들이 해당 칼럼을 보내오며 필자의 의견을 물었다. 치밀한 분석 없이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하는 이념적 주장으로 객관성이 결여된 내용으로 보였다. 필자는 정반대로 좀 더 객관적으로 ‘미국이 관세전쟁에서 중국을 이길 수 없는 3가지 이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美 수출 의존도 꾸준히 줄여온 中

첫째, 중국의 수출감소 충격, 소비로 못 막는다는 것은 과장된 것이고, 미국이 오판한 것이다. 우선 중국수출 감소부터 살펴보자. 미중간 관세전쟁 영향으로 지난 4월 대미수출이 전년동기대비 21.2% 감소했지만, 반대로 동남아(20.8%), 중남미(17%), 아프리카(25%), EU(8.3%) 등 기타 지역 수출은 대부분 늘었다. 4월 한 달 중국 전체수출로 보면 전년동기대비 8.1% 증가했다. 중국은 미중간 1차 무역전쟁부터 미국 수출의존도를 줄여왔고, 트럼프 2기 이후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다. 2017년 19.5%를 기점으로 2023년 14.8%→2024년 14.7%→2025년 1~4월 10.2%까지 줄었다. 동남아가 올해 1-4월 기준 중국전체 수출에서 12.6%를 차지하며 중국의 최대 수출지역이다. 따라서 미국수출 감소가 중국경제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수출감소 충격이라는 것은 과장된 것이고, 실제 통계와도 맞지 않다.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경우 2월(-0.7%), 3월(-0.1%) 모두 전년동기대비 하락했지만 4월 CPI는 오히려 전월대비 0.1% 올랐다, 또한,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과 5월 노동절(1-5일) 연휴 관광소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5월 CPI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문화여유부 통계에 의하면, 노동절 연휴기간 국내 관광객 수가 3억 1,400만 명으로 전년동기대비 6.4% 증가했고, 관광 총지출은 역 1,803억 위안(약 35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 증가했다. 여전히 부동산 시장침체와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있지만 관련 통계와 현장 체감도를 종합하면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10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맨 왼쪽)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맨 오른쪽) 중국 부총리 등이 고위급 관세회담을 하고 있다.  제네바/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에서 10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맨 왼쪽)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맨 오른쪽) 중국 부총리 등이 고위급 관세회담을 하고 있다. 제네바/로이터연합뉴스
美, 中 대체할 공급처 찾기 어려워

둘째, 버티는 힘, 미국이 더 약하다. 트럼프발 관세폭탄의 목적 중 하나가 중국제품의 우회통로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건수와 금액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세수와 고용창출에서 중국투자기업의 기여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중국과 동남아간 공급망 구조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미국이 고율관세로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편, 미중양국간 공급망 구조에서 미국은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휴대폰·장난감·축전지·비디오게임 등 대중국 수입제품의 2,040억 달러에 해당하는 36%가 중국을 제외하고 단시일 내 대체 공급처를 찾을 방법이 없다. 반면, 중국은 반도체·의료장비 등 미국산 수입품 중 179억 달러에 해당하는 10% 정도만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축소도 미국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대두와 농축산물의 경우 브라질산 수입확대와 자국생산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관세 부과는 결국 물가상승, 기업수익악화, 고용하락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고율관세에 따른 가격상승에 대해 미국인이 소비를 줄이고, 중국산제품 대체와 중고 쇼핑의 논리도 매우 자의적인 해석으로 보인다. 미국은 당장 중국 농산물수요를 대체할 시장이 없는 상황해서 관세전쟁이 길어지면 대두와 농축산물의 출로가 막힌다. 결국 트럼프에게 정치적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트럼프 지지율이 최악이고, 내년 중간선거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거가 있는 국가와 없는 국가간 관세전쟁에서 미국이 중국을 이길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 도시봉쇄로 중국인들의 강한 불만을 키워온 것은 사실이나 이것을 지금 상황에 대입하는 것도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다. 미국산 불매운동, 애국소비 현상도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편적인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중국을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볼모로 잡힌 애플·테슬라… ‘희토류 함정’까지

셋째, 희토류는 여전히 미국압박의 강력한 무기로 미국은 희토류 함정에 빠져 있다. 희토류 매장은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지만 희토류의 추출·정제·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현재까지는 중국이 유일하다. 유럽정책연구센터에 의하면,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은 채굴(60%), 원석에서 분리(81%), 정제(91%), 영구자석 제조(94%) 등 중국이 압도적인 위치에 있다. 블륨버그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대중국 희토류 수입비중이 70%로 단시일내 중국을 대체할 수입시장을 찾기 힘들다. 희토류를 무기로 미국을 강하게 압박해 다른 나라들의 희토류 채굴과 생산을 더 자극해 자충수가 된다는 주장도 비현실적이다.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광물자원의 무기화는 어제 오늘의 애기가 아니다. 지난 2010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분쟁때 중국 희토류 수출제한조치로 일본을 굴복시킨 이후 일본은 희토류 중국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문제는 추출·제련·생산과정 중에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반발과 중국의 축적된 희토류 생산기술과 저렴한 가격을 다른 매장 국가들이 단시일 내 해결할 수 없다. 특히, 첨단제품과 방위산업에 사용되는 중(重)희토류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또한, 뉴욕증시에 286개 중국상장기업이 있지만, 중국에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애플·테슬라·엔비디아 등 많은 미국투자기업도 향후 미중관세전쟁의 볼모로 잡혀 있다. 최근 중국의 美국채 보유량도 지속적으로 줄어 일본, 영국에 이어 3위로 내려왔다. 관세전쟁에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유효하고 파급력이 있는 카드도 적지 않다. 물속에서 숨 참기 경쟁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결국 중국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1기의 중국이 아니라는 것을 미국도 점차 인식하고 있다.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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