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맏형’ 위상에 균열
KT, 상장후 첫 시총 역전

통신업계 ‘맏형’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고로 휘청이고 있다. 시가총액은 한 달 만에 1조5000억 원 이상 증발해 수십년 간 이어온 통신 대장주 자리를 KT에 넘겨줬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텔레콤 주가는 이날 5만1600원에 마감했다. 이는 해킹 사실이 공식화된 4월 22일 종가(5만8000원) 대비 11% 하락한 수치.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약 1조5464억 원이 증발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의 여파가 장기화하면 신뢰도 하락에 따른 추가 시총 손실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지난달 해킹으로 약 2695만 건의 유심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최근에는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와 개인정보가 저장된 통합고객인증(ICAS) 서버까지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감염 서버 수는 기존 5대에서 23대로 늘었고, 악성코드 종류도 25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사태의 기술적·정보보호적 심각성은 물론, 경영진의 위기 대응과 관리 책임을 둘러싼 사회적 비판과 규제 당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경영진에 대한 경찰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사법 리스크는 SK텔레콤 위기를 가늠할 또 하나의 중대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그간 쌓아온 대내외 신뢰와 시장 평판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SK텔레콤이 보안 리스크와 사법 리스크에 동시에 휘말리며, 기업 자체는 물론 그룹 전체의 신뢰도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AI 추천 뉴스
SK텔레콤이라는 회사가 그룹 내에서 갖는 위치를 감안할 때 파장이 더 크다. SK텔레콤은 단순한 통신사를 넘어 SK하이닉스·ADT캡스·11번가 등 ICT 계열사를 연결하고 그룹 전체의 디지털 전략을 실행하는 실질적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SK그룹이 정유·에너지 중심에서 ‘국민 생활 밀접 산업’으로 외연을 넓힌 최초의 비(非)정유 계열사이기도 하다. 이동통신 시장이 열린 이래 줄곧 4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수성하며 ‘1등 통신사’의 입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유심 해킹 사고로 이 같은 시장 지위에도 균열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25만8000명에 달하는 가입자가 SK텔레콤에서 이탈했다. 게다가 이달 5일부터는 과기정통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신규 가입자 모집도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탈 규모가 장기화하거나 KT·LG유플러스 등 경쟁사로의 번호이동이 계속될 경우 SK텔레콤의 점유율 40% 방어선에 금이 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입자 대상 유심 교체 비용, 점유율 상실에 따른 매출 감소, 규제 기관 조사 결과에 따른 잠재적 과징금, 사태 안정화를 위한 비용 투입 등 재무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통신 대장주’ 타이틀도 KT로 넘어갔다. KT는 20일 종가 기준 5만1900원을 기록하며 5만1500원에 머문 SK텔레콤을 시가 기준으로 앞질렀다. KT 주가가 SK텔레콤을 추월한 것은 1998년 상장 이후 처음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도 KT는 지난 2월, 약 13조799억 원으로 SK텔레콤(약 11조832억 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