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양극화'다. 서울 초고가 아파트는 신고가가 속출하지만, 지방은 집값이 떨어지고 다 지은 집도 안 팔려 악성 미분양이 계속 쌓이는 등 양극이 끝을 모르고 점점 더 벌어지는 모습이다.
얼마 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130억 원이 넘는 거래가 나오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국의 주택 가격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도 서울 강남권 등 선호지역 집값은 오름폭이 두드러졌고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직방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구와 경기도 과천시의 아파트 매매의 절반 이상이 종전 최고가와 같거나 이를 초과한 거래였다.
전체 시장의 등락 폭을 비교해봐도 지역별 차이가 확연하다.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작년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0.2% 하락했고 서울은 6.1% 상승했다. 서울 내에서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선호지역이 9~14% 올랐다. 같은 기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는 0~2%대 상승에 그쳤다. 5대 광역시를 포함한 지방은 상당수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아파트값이 10% 넘게 떨어진 곳도 있다.
청약도 마찬가지 흐름이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이나 지방 내에서 최상급지로 분류되는 입지에 들어서는 곳 또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는 수만 명씩 몰리기도 하지만 나머지는 미달을 피하지 못하며 소수점 경쟁률을 기록한다.
올해 2월 청약 성적표는 이런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줬다. 당시 전국에서 9개 단지에 1·2순위 총 4만1214명이 청약했는데 이 중 98% 이상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 청약자다.
지방은 지난해 1월 9100가구 정도였던 준공 후 미분양이 계속 증가하면서 올해 3월 말 2만 가구를 넘겼다. 특히 부산과 대구, 경남, 경북, 전남 등에는 2000~3000가구 안팎의 물량이 쌓여 있다. 완공된 대단지 아파트 2~3개씩이 통째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강해진 게 심각한 불균형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는 서울 강남권에서도 더 나은 동네 또는 단지, 같은 단지 안에서도 더 좋은 조건의 집을 찾는 수준까지 심해졌다는 게 부동산 업계 안팎의 얘기다.
이런 배경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집뿐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딱 하나만 소유할 수 있다면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
수요가 제한된 상태에서 똘똘한 한 채로만 줄을 서다 보면 나머지는 찾는 사람이 없어지는 게 자연스럽다. 누구나 사려는 집은 가격이 오르고 아무도 사려 하지 않는 집은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흐름의 반복은 양극화의 심화로 이어진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다주택자를 죄인 취급하는 시선을 바꾸지 않으면 쏠림이 해소될 수 없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물론 지역경제 침체도 부동산 불균형의 원인 중 하나다. 먹거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해당 지역은 수요가 줄어든다는 점에서다.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을 완화하거나 해소하려면 모두 해결해야 한다. 다만 지역경제 활성화하고 사람이 모이도록 하는 것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렇지만 다주택자 규제를 손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면 수월한 것부터 해나가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