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여전히 내연기관차 중심⋯“정비 인력 키우자” 산학협력 활발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비 인프라는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정비 분야의 인력 부족 비중은 전체의 60% 이상에 달한다. 기술 발전에 인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병목이 산업 현장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4 자동차산업 인력 현황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차·부품 관련 부족 인력은 총 2418명에 달한다. 자동차산업 전체 부족인력(3781명)의 61%에 해당한다. 특히 미래차와 내연기관차를 겸하는 인력이 2317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래차 전용 부품 인력은 101명이었다.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나타난 지 오래다. 자동차업계는 미래차 산업 인력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적합한 인재부족’(66.1%)을 꼽았다. 기업이 원하는 학력 수준은 ‘고졸’(55.4%)이 가장 많았다. 석·박사급(0.7%) 인력 수요는 1%에도 못 미쳤다. 직업계고와 전문대학, 직업훈련기관이 여전히 내연기관 중심의 교육에 머물고 있는 점도 미스매치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비업체들의 전환 지연도 미래차 인력 유입을 막는 장애 요인이다. 한자연 조사에 참여한 886개 정비업체 가운데 ‘미래차에 대비해 사업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곳은 29.7%에 불과했다. 현재 전기차와 수소차를 수리할 수 있는 정비업체는 1600곳 미만이며 이 중 배터리를 포함해 차 모든 부분을 수리할 수 있는 업체는 170곳에 그쳤다. 전기차는 부품수가 약 1만5000개로 내연기관차(약 3만 개)의 절반 수준이다. 이로 인해 정비 수요 자체가 줄어들면서 정비업체들이 전기차 분야로 진출하는 데 주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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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완성차 기업들은 직접 미래차 정비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정비업체와 인력이 늘어나야만 미래차 시장도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는 2021년 국내 최초로 전기차 정비기술인증제도 ‘KEVT’를 도입했다. 오토큐 소속 정비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전기차 정비기술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제도다. 지난달에는 고용노동부와 전기차 정비인력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기아는 정비기술과 훈련을, 고용부는 채용 연계와 고용 안정화를 지원한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부터 전동차 마스터 인증 프로그램인 ‘HMCPe’를 운영 중이다. 엔지니어들은 전동차 관련 3과목의 기술 교육을 이수한 후 실무 진단 능력까지 평가받는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전국 전문대학 자동차학과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정비 전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 중이다. 2006년부터 총 276명의 학생이 1년간 전기차 작업 안전관리, 구동시스템, 고전압 배터리·냉각시스템, 충전 장치 정비 등을 교육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인 한성자동차도 서일대학교와 협업해 자동차 정비 분야 전문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차 산업의 병목 해소를 위해 직업훈련기관의 구조 개편과 일관된 정부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자연은 “미래차 중심의 인력양성을 통해 미스매치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향후 미래차 관련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며 차별화된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로드맵 수립, 직업훈련기관의 다양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