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자격증 발급 자체도 주는 추세

국내 항공기 운항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이를 떠받칠 정비 인력이 부족해 하늘길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존 정비사 이탈 속 향후 정비사로 성장할 인재 또한 ‘씨’가 말랐다. 지난해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이후 국내 항공사들이 정비 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인력 절벽’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21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12개 항공사 소속 정비사는 총 562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5944명)보다 317명(5.4%) 줄어든 수치다. 여객 수요는 빠르게 회복됐지만 비행기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비 인력 충원은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정비 여력이 가장 안정적인 곳은 대형항공사(FSC)다. 2023년 기준 161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대한항공은 2661명의 정비사가 근무한다. 항공기 한 대당 약 17명이 점검을 담당하는 구조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81대 보유에 1302명의 정비사(한 대당 16명)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문제는 저비용항공사(LCC)다. 같은 기간 항공기 한 대당 정비 인력은 △제주항공 11.1명 △티웨이항공 11명 △진에어 10명 △에어부산 8.2명 △에어프레미아 15명에 그쳤다. 국토부는 2016년부터 항공기 한 대당 정비사 12명 확보를 권고했지만 상당수 LCC는 이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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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항공 정비사로 성장할 새싹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23년 기준 항공 정비사 자격증 발급 건수는 778건으로 2019년(1266건) 대비 38.5%나 줄었다. 기존 인력이 외국 항공사나 반도체·배터리 등 타 산업으로 이직하는 상황에서 신규 유입까지 끊긴 것이다. 항공 정비 인력 구조가 고령화·공백화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지난해 제주항공 참사 이후 대대적으로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비 인력 채용을 확대 중이다. 올해에만 약 500명의 정비 인력 채용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실제로 충원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는 MRO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구상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체계적인 정비사 양성 인프라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비 교육 기관 확대, 배후단지 조성, 정비 자격-실무 연계 강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들은 극한의 시간대에 고강도 노동을 수행하지만 임금이나 복지 측면에서 매력도가 낮다”면서 “항공 미래 수요에 기반한 정비 인력 양성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