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다시 ‘정치금융’의 계절이 돌아왔다

입력 2025-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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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연체 경고등 켜진지 오랜데
표심노린 포퓰리즘 공약경쟁 난무
은행자율 존중해야 건전성 강화돼

▲장효진 금융부장
▲장효진 금융부장
금융권에 혹독한 계절이 다시 찾아왔다. 5년 주기가 정상이지만 이번에는 2년이나 이르다. 정치 이벤트 중에서도 가장 성대하다는 대통령 선거철이다.

‘은행 팔 비틀기’는 예나 지금이나 단골 메뉴다. 지난 정권에서 “은행은 공공재”,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한다”는 비판에 모진 시간을 보낸 은행권에 이번에는 더 큰 화살이 날아오고 있다.

국민 정서를 등에 업은 대선 후보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날이 바짝 서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코로나 시기 국가가 나눠서 부담했어야 할 책임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떠넘긴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채무조정부터 탕감까지 특단의 대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저금리 대환대출과 이차보전 등 정책자금 확대, 소상공인 맞춤형 장기분할상환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이라고도 했다. 은행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태반이다. 결국 국가가 져야 할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난 대선을 고려하면 ‘기본대출’ 카드도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는 2021년 국민 누구에게나 1000만 원을 10~20년 저금리(연 3%)로 빌려주는 등의 기본대출을 약속했었다. 이것도 은행이 떠안아야 한다. 대출이 실행되는 순간 은행은 예상 손실 충당금부터 쌓아야 할 판국이다.

유력 대선 주자 2명이 외친 전문은행 설립 공약은 점입가경이다. 이 후보는 취약계층에 대한 중금리대출 전문은행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서민‧소상공인 전문은행을 각각 만들겠다고 했다.

자본금은 정부와 은행이 공동으로 마련한다지만 ‘정치금융’의 전례를 봤을 때 크게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곳간은 다시 은행들이 채우게 될 것이 눈에 훤하다.

해당 전문은행이 제 기능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미 은행 연체율에 적색등이 켜졌다. 지난 1분기 주요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약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 부실채권인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규모는 12조6150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자 취약 차주들의 연체율과 NPL 비율이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저축은행, 카드사, 상호금융권 연체율도 비상이 걸렸다.

지금도 상황이 이런데 이 후보와 김 후보가 내세운 전문은행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연체율이 치솟는 차주를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사업모델은 어디에도 없다.

은행 돈도 대부분 국민인 예금자의 돈이다. 560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표밭이 아무리 탐스럽더라도 은행을 포퓰리즘의 자금 조달 창구로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대선 후보들의 소상공인 공약 경쟁은 ‘상생금융 시즌3’의 예고편이나 다름없다. 은행권은 이자장사 논란 속에 2023년 소상공인의 이자를 환급해주는 '2조 원+α' 규모의 ‘상생금융 시즌1’을 내놨다. 지난해부터는 향후 3년간 매년 7000억 원씩 총 2조1000억 원을 지원하는 ‘상생금융 시즌2’ 방안을 시행 중이다. 이번 ‘대선 청구서’에 적힌 금액은 또 얼마나 될지 모른다.

관치금융의 후유증은 이미 수차례 확인됐다. 코로나 19 사태로 소상공인들의 이자를 감면해주고 상환을 미뤄준 결과 연체율이 치솟고 한계차주가 급증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시장 왜곡을 넘어 금융기관의 혁신 의지와 경쟁력도 저하시킨다. 글로벌 금융 환경에서 국내 은행들이 뒤처지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과도한 정책적 개입이라는 점은 두말할 것도 없다. 금융 공약에 ‘은행권 참여’라는 비용 전가 논리가 작동하는 순간 정치금융의 악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은행을 대선 가도의 도구쯤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 체질 강화를 위해서라도 자율성을 존중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리스크를 평가하고 자금을 배분할 수 있을 때 금융시스템 전체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경제를 살리는 올바른 길이란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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