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병관리청의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25.5%에 달한다. 고혈압은 약 1300만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국민병’으로 불릴 정도로 흔하지만 젊은 환자일수록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고혈압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고혈압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9년 651만2197명에서 2023년 746만3891명으로 증가했다.
손일석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특히 젊은 층의 인지율과 치료율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고혈압 팩트시트 2024’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확인된다. 국내 20~30대 고혈압 유병자는 약 89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혈압을 인지하고 치료까지 받는 환자는 13만 명에 그쳐 전체의 15%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기간 높은 혈압에 노출되면 심뇌혈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젊은 환자가 어느 날 갑자기 뇌출혈, 심부전같은 질병으로 두통, 어지럼증, 호흡곤란 등으로 응급실에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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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는 나이가 젊든 많든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고혈압을 제대로 측정·진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세 이상 성인이라면 2년마다 국가건강검진을 받으므로 병원에서 쉽게 혈압을 측정하고 고혈압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가족력이 있다면 가정혈압계를 통해 평소 혈압을 측정해보기도 한다.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140/90 ㎜Hg 이상 높게 나왔거나 가정혈압이 135/85 ㎜Hg 이상 꾸준히 반복돼 나타나면 고혈압을 의심하고 진료를 보는 게 좋다.
혈압은 측정하는 장소나 시간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 병원에서 재거나 집에서 잴 때, 또는 아침에 재거나 밤에 잴 때 혈압이 모두 다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측정 방법이 등장했다.
손 교수는 “커프나 반지 혈압계를 착용하면 하루 동안 일상생활을 보내면서 혈압을 모두 측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활동혈압을 측정하면 실제 고혈압이 맞는지, 야간에 혈압이 잘 내려가는지, 아침에 혈압이 크게 올라가는지 등 다양한 혈압의 변동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약물치료나 생활습관 개선 등 혈압관리를 진행할 수 있다. 손 교수는 “약물치료를 받게 된다면 진료실과 혈압 차이가 있으므로 가정혈압을 측정해 비교하는 게 중요하다. 혈압이 오를 때와 잘 조절될 때 생활 습관을 확인해 혈압을 내리는 좋은 습관을 지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손 교수는 “보건복지부에서 무료 배포한 ’나의건강기록‘ 앱은 진료와 투약, 건강검진, 예방접종이력 등을 통합 조회할 수 있어서 복용 중인 약물 이름과 처방받은 날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밖에도 가정혈압계나 건강 관련 휴대폰 앱을 잘 활용해 고혈압을 스마트하게 관리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고혈압을 예방하려는 △적극적인 유산소 운동 △저염식의 건강한 식단관리 △체중 감량 △금연 △절주 등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손 교수는 “고혈압 및 심뇌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고, 흡연, 비만, 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에는 더욱 철저한 관리하고 자주 혈압을 측정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