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은 절대 안 된다” 최근 함께 식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대선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유를 묻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집권하는 우리나라는 끔찍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 진영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내란 연장 세력’이라고 말했다. 그가 민주당에 몸담았거나, 소속된 인사는 아니다.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가 ‘A가 잘해서’가 아니라 ‘B가 싫어서’인 것이다. 이번 대선이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선거라고는 해도,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와 비난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는 종종 있었지만 ‘독재’, ‘테러’, ‘매국’, ‘쿠데타’ 등 기존에는 접하기 쉽지 않았던 용어들이 이번 선거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후보를 겨냥해서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총구를 사법부를 돌리기도 했다.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은 ‘사법 쿠데타’라고 공격했다. 이례적으로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와 특검법이 추진됐고, 탄핵소추안 발의도 언급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입법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과 형사소송법에 대해선 ‘이재명 방탄법’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당이 ‘사법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에는 없었던 표현들이 빈번하게 나온다. 예상할 수 없던 일들도 연속적으로 벌어진다. 주변에 요즘 정치 상황에 대해 물어보면 “둘 다 똑같다”는 답이 돌아온다. 연일 나오는 양당의 상호 비난과 극에 달한 정쟁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반영된 표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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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내란 종결’을, 국민의힘은 ‘독재 방지’를 부르짖으며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표현 방법에 있어선 의문이 생긴다. 전례 없는 방식의 정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당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양당이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 “모두 포용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이렇게 상호 존중이 실종된 정치가 이어진다면 대선이 끝난 후 후폭풍이 거세게 오진 않을지 걱정만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