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Law] ‘주호민 사건’ 판 뒤집혔지만⋯동의 없는 녹음 법적 분쟁 여전

입력 2025-05-1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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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작가 주호민 씨와 특수교사 간 벌어진 사건은 녹음 증거의 법적 한계와 장애아동의 인권 보호 등을 묻고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 간 대화의 동의 없는 녹음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됩니다. 동의 없는 녹음과 관련된 쟁점을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웹툰작가 주호민 씨. (연합뉴스)
▲ 웹툰작가 주호민 씨. (연합뉴스)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김은정 강희경 곽형섭 부장판사)는 13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특수교사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의 부모인 주호민 씨가 자녀가 수업 중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해 교사를 고소하며 시작됐다. 주 씨는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교사와 아동 사이의 대화를 녹음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녹음을 증거로 인정해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녹음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고 증거능력을 배제한 후 별도의 직접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해당 녹음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함에도 증거 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해 수집된 증거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녹음 주체가 아동의 외투에 녹음기를 넣은 모친이라고 판단하고, 모친과 교사는 법적으로 ‘타인’에 해당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국 보호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라고 해석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반면 1심 재판부는 녹음이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는 건 맞지만, 모친이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하고자 녹음한 정황, 피해 아동이 스스로 방어하거나 증언할 수 없는 상태, 교실 내 CCTV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이투데이DB)
▲서울중앙지법 (이투데이DB)

이렇듯 1심과 2심 법원의 결론이 다른 이유는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 상황에서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 기인한다. 정서적 학대는 신체적 학대와 달리 외형적인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이나 간접적 정황 증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의사 표현 능력이 제한된 아동이나 장애인의 경우에는 학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 확보는 더욱 어렵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인정할 것인지 배제할 것인지를 두고 1심과 2심 법원 판단이 차이가 난 셈이다.

형사소송 절차는 기본적으로 피고인의 방어권과 무죄 추정 원칙을 보장하기 위한 구조를 지니고, 위법수집 증거의 배제는 그 핵심이다. 반대로 형사사법 절차는 자력으로 피해를 설명하거나 입증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할 책임도 함께 지닌다.

결국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은 반복해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발달장애 아동을 둔 학부모와 특수교사 간의 갈등은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이를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법적 분쟁은 또다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허윤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정서적 학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법원이 배제한 데에 초점이 있다”며 “몰래 녹음이라는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도 발달장애 아동을 보호하고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제도화된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움]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동인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방위사업청 옴부즈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언론중재위원회 자문변호사, 기획재정부 사무처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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