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히 아프지도 않은데 동물병원에 가야 하나요?”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수의사들은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통증이나 이상 증세를 감추는 특성이 있어 아프지 않게 하려면 주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양이에게 자주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만성 신부전, 심근비대증, 치주염, 방광염, 염증성 장질환(IBD), 췌장염, 갑상선 기능항진증, 당뇨, 암 등이 있다. 특히 심근비대증은 대표적인 유전적 질환으로 메인쿤, 랙돌, 브리티시 쇼트헤어, 벵갈, 코리안 숏헤어 등 특정 품종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보호자가 증상을 발견했다면 이미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고양이의 한 해는 사람으로 치면 4~5년에 해당하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는 것은 고양이 생애 전반의 건강을 설계하는 필수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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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그레이스 고양이병원 원장은 “보호자로부터 고양이의 식사량, 배변 상태, 행동 변화, 과거 병력 등을 상세히 청취하는 문진부터가 건강검진의 시작”이라며 “신체검사와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기초검사를 통해 외형상 이상 여부와 감염 여부, 간·신장 기능 등을 점검한다. 특히 영상진단은 고양이 건강검진의 핵심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기 내부 상태를 볼 수 있어 질병 조기 발견에 매우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흉부 방사선 검사로는 심장비대, 폐수종, 폐종양, 천식, 기흉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복부 방사선 검사는 간·신장 위축, 위장관 이물, 결석, 종양 여부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골격 방사선 검사를 통해 관절염이나 척추 이상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더욱 정밀하고 정확한 검사를 위해 병원 방문 전 안정제 투약을 권장하는 추세다. 이는 고양이의 병원 내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예민하거나 낯선 환경에 불안함을 느끼는 고양이의 경우, 내원 1~4시간 전에 안정제를 투약하면 불안과 긴장이 크게 완화돼 고양이가 한결 편안한 상태에서 정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안정제 투여 후에는 일시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거나 비틀거릴 수 있기 때문에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케이지나 방석 등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정 원장은 “건강검진은 단순히 질병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양이 생애주기별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며, 보호자와 수의사가 함께 관리 계획을 세울 소중한 기회”라며 “정기검진을 통해 평소보다 더 많이 마시는 물, 잦은 소변, 체중 감소, 활동성 변화 같은 미세한 징후들을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보호자도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원장은 “보호자의 입장에서 동물병원을 찾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고양이에게 정기검진은 고통을 줄이고 수명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고양이의 ‘조용한 건강 위기’를 지나치지 말고, 건강할 때 시작하는 건강검진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