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율 50% 내외의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AI 신산업 육성을 1호 공약으로 꼽았다. AI 예산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고 민간 투자도 100조 원까지 끌어올려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AI 고속도로 인프라 구축, GPU 5만 개 확보, AI 인재 양성 확대 등이 포함된다. 단기 성과보다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기술 인프라 전체를 체계적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이에 맞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AI 3대 강국 도약을 2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관합동 100조 원 펀드를 조성해 AI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하고 AI 분야의 인재 20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AI 강국 도약을 위한 투자의 규모는 이 후보와 유사하지만 민간 중심적이다. 기업 생태계에 직접 돈과 인재를 투입함으로써 기술 주도권을 시장에 넘기겠다는 관점이 반영돼 있다. 이와 함께 김 후보는 1호 공약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내세웠다. 기술‧신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 미래산업을 육성하고 기업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주52시간제 근로시간을 개선해 기업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수장 공백 속에서 선진국들이 AI 투자를 앞다퉈 확대하는 동안 한국은 뚜렷한 비전조차 내놓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대선 후보들이 AI 산업 육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그동안 표류하던 국가 전략에 마침내 방향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변화로 읽힌다.
AI는 국가의 경제 전략이자 외교·안보의 기반이자 디지털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이 같은 중요한 시점에 AI 공약들이 ‘표퓰리즘적 기술 구호’로 소비될까 우려가 된다. AI가 선거용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을 바꾸는 실질적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