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는 기본적으로 전 세계 교역의 확산에는 큰 걸림돌이 된다. 전 세계 각국 중 특정 제품에 대한 높은 생산성(productivity)을 갖는 국가에서 해당 제품을 만들고, 극대화된 생산성하에 만들어진 재화들을 교역을 통해 나누는 방식, 글로벌 교역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관세의 부과는 그런 생산성의 장점을 무력화시키게 되는데, 이는 적극적 재화의 생산 및 수출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한국과 같은 신흥국에는 상당히 큰 타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관세의 부과가 단순히 신흥국에만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까? 미국 역시 관세 부과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우선 미국 내 인플레이션의 급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베선트 재무장관 등은 이번의 관세 부과가 일회성이고, 향후 협상을 통해 낮춰줄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물가에 주는 영향을 일시적일 것이라 낙관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실제 대중 관세 부과가 이루어졌음에도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었음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번 관세 부과는 지난 1기와는 궤를 달리한다. 우선 대상 국가가 중국 등 특정국이 아니라 전 세계 185개국에 대해 부과되고 있으며, 관세율 역시 큰 폭으로 높아졌으며 특히 중국의 경우 245%라는 기록적인 관세가 적용되었다. 아무리 일회성 관세 부과라고 해도 예상보다 높은세율 및 예상보다 많은 부과 대상을 보면 1기의 그것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관세 예고만으로도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은 큰 폭 상승세를 보였는데, 미시간대 및 뉴욕 연은의 기대인플레이션 지수는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실제 고율 관세 부과 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생각보다 깊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이런 인플레이션을 제어해야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연준은 관세 부과로 인한 미국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하에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8~9월 미국 고용 시장이 소폭 위축이 되자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려던 스탠스와는 상당히 상이하다. 결국 관세는 고물가를, 그리고 고물가는 고금리를 자극하는데, 높은 물가와 금리가 장기화되는 것은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 요인이 된다.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갖던 ‘신뢰’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각국과의 FTA 등을 통해 전 세계 교역의 중심에 서있던 미국이 전례없이 높은 관세 부과를 통해 보호무역으로 선회했다. 그리고 기존과 같이 규범에 의거한 교역이 아니라 힘의 논리에 의해 그 규범을 바꾸고, 미국 중심의 임의적인 관세율 부과를 통해 각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미 FTA와 같이 기존에 미국과 진행했던 합리적인 계약 관계가 흔들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미국 금융 시장 역시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주식 시장은 큰 폭 하락세를 나타내었고, 고율 관세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국채를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 국채와 달러에서도 일정 수준의 충격이 보여졌다.
트럼프가 말하는 ‘해방의 날’은 어쩌면 미국과교역국 모두가 지는 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