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렴은 생명까지 위협하는 위험한 질병이다. 폐렴으로 입원한 65세 이상 고령층의 사망률은 20%로, 5명 중 1명은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한 중증 폐렴의 사망률은 35~50%에 달한다.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위험도가 더욱 높아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 폐렴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 원인 중 3위로 인구 10만 명당 57.5명을 기록했다. 10년 전 통계인 2013년 인구 10만 명당 21.4명과 비교하면 약 2배 증가한 수치다.
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폐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병한다. 폐포 내 미생물 균주가 증식하고 환자가 균주에 대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면서 폐와 전신에 염증반응이 생겨 가래, 기침,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폐렴균 중 가장 흔한 세균인 폐렴구균의 병원소는 무증상 보균자의 비인두다.
입안과 인후두 안 분비물은 수면 중 또는 무의식적으로 기도로 미세흡인될 수 있다. 이때 균이 분비물과 함께 기도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흔한 폐렴 감염 경로다. 인체의 다양한 방어작용에도 균이 폐의 안쪽까지 들어와 폐포까지 들어오고 균이 증식되면, 주변에 있는 염증 세포들이 모여 염증 반응이 시작된다. 염증반응의 부산물로 발열이나 가래(객담) 같은 폐렴의 임상증상이 나타난다.
폐렴의 주된 증상은 발열, 기침, 객담 등이다. 오한, 흉부 통증, 호흡곤란이 동반되기도 한다. 호흡기질환의 5대 증상인 기침, 객담, 객혈, 호흡곤란, 흉통 등이 모두 나타날 수 있어 증상만으로는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 어렵다. 폐렴 환자는 호흡기 증상 외에도 두통, 오심, 구토, 복통, 설사, 근육통 및 관절통 등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고령층은 발열, 기침, 가래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없는 경우도 흔하다. 대다수 고령층 환자는 식욕부진이나 기운이 없고 의식이 처지는 등의 비특이적인 반응으로 내원하게 된다. 고령층 폐렴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65세 이상의 연세인데 평소와 다르게 식욕이 없거나 기력이 없으면 신속하게 폐렴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폐는 숨을 쉬는 공간이기 때문에 염증이 심하면 자기 힘으로 숨을 쉴 수가 없다. 항생제 치료를 시행하고, 회복될 때까지 기도에 기관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한다. 폐렴으로 인해 전신의 염증 반응이 조절되지 않고 장기 부전이 발생하는 패혈증이 동반되면 사망에 이를 위험이 크다.
심재겸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항생제를 오래 복용한다고 증상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폐에 농이 차거나 괴사하거나 결핵으로 폐가 망가진 경우, 기관지확장증과 같은 구조적 폐 질환이 있는 분들은 원인균이 다르거나 항생제를 오래 사용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치료약제와 기간을 정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확실한 폐렴 예방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폐렴이 걸렸을 때 중증으로 진행하고 위험할 수 있는 65세 이상이나, 만성질환자와 면역저하자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폐렴구균 백신은 4종류이다. 23가 다당질 백신은 65세 이상 국민이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이외에 한 번 맞으면 오래 면역이 지속하는 단백결합백신은 13가 단백결합 백신, 15가 단백결합 백신, 20가 단백결합 백신 등 3종류가 있다.
심 교수는 “폐렴을 일으키는 균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백신은 폐렴구균만 예방하고 그중에서도 30~50% 정도의 유형을 예방하므로 전체적으로 백신으로 인한 모든 폐렴 예방률은 대략 2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방접종을 하면 폐렴구균에 의한 침습성 감염을 80% 이상 예방하고, 중증도와 사망률을 많이 낮출 수 있다”라며 “또한 폐렴을 비롯한 호흡기감염증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하고 저렴한 방법은 손 씻기이므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손을 잘 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