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그 역사를 보면 사람 간의 필요한 자금을 융통하거나 상거래를 편리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탄생하였다. 금융이 산업화 시대를 거쳐 크게 확대되면서 산업을 지배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실물 거래를 동반하지 않는 ‘금융을 위한 금융’을 창조하면서 다양한 금융기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역학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때 우리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주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리먼사태로 비롯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가 쏟아 부은 막대한 공적 자금, 미국을 경제위기에 빠뜨리고서도 수백만 달러의 퇴직금을 챙겨 떠나는 탐욕스러운 금융 귀족들….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쏟아 부은 공적 자금이 자본주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1%의 탐욕스러운 금융 부자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 수많은 사람들은 분노하여 “월가를 점령하라”고 외치면서 거리로 뛰쳐나왔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시작된 경제위기 시 나라를 걱정하던 사람들은 장롱에 있던 금반지까지 들고 나왔다. 그 이후 공적 자금의 투입으로 회복된 금융회사들의 실상은 어떠한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수조 원의 이익을 창출하면서 사회를 위하여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냈던가?
우리 사회에서 금융은 공적 기제이다.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기관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릴 정도로 금융은 공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러기에 진입장벽을 엄격하게 만들고 위기 때마다 정부의 지원이 따른다.
그런데 9월 발표된 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금융산업 경쟁력은 겨우 세계 74위에 머물고 있다.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국가로서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금융의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시작에 불과하다. 블록체인의 등장은 낡은 금융시스템에 가공할 만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는 이익의 극대화가 유일한 목적이던 기업에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요구하고 있다. 해외에서 사회적, 환경적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에만 투·융자하는 사회적 은행과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임팩트 금융이 확산하고 있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공적 성격이 강한 금융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금융이 사회를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으면 한다. 점점 다양화되고 있는 사회계층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 그 본질적인 기능을 회복하여 사람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고 전체 경제를 풍요롭게 하는 상품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추위가 깊어질수록, 고리대금의 울타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신용 소외계층의 어려운 사연이 많이 들려올수록 따뜻한 금융이 그리워진다. 정부가 발표한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이 많은 열매를 맺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