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가 공인하는 메모광인 김해경 본부장은 서른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수필가 전혜린의 글귀가 좋아 눈에 보이는 대로 적고 또 적었다고 했다.
김 본부장이 특히 좋아하는 책은 ‘이 모든 괴로움 또다시’와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다.
‘이 모든 괴로움 또다시’는 1958년부터 1965년까지 7년 동안 전혜린이 쓴 일기를 순차적으로 엮었다. 시대와 함께 고뇌하며 살았던 선구적 지식인의 내면 세계와 지적 성찰이 담겨 있다.
“인생이란 어린이 놀이터가 아닌 것이며, 우리는 웃고 뛰어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닌 것이다. 주어진 짧은 시간 내에서, 단 한 번인 이 삶에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의 맨 끝을, 맨 속을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아는 데까지 알아보고 그 과정에서 죽는 것, 애써서 노력하다 쓰러지는 것, 이것이 삶의 참모습. 모든 그 외의 지식이나 생활이란 다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129쪽)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는 전혜린의 독일 유학 이후 대학교수로 생활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자서전적 에세이집이다. 홀로 걸어온 길, 마지막 편지, 독일로 가는 길, 나에게 옮겨준 반항적 낙인 등 자신의 생활 주변을 소재로 한 글이 수록돼 있다.
김 본부장이 이 책에서 특히 좋아하는 구절은 이 부분이다.
“과감할 것. 견딜 것. 그리고 참나와 참인간 존재와 죽음을 보다 깊이 사색할 것을 계속할 것. 가장 사소한 일에부터 가장 큰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기 성실을 지킬 것. 언제나 의식이 깨어있을 것. 이것만이 어떤 새해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나의 의무인 것이다.”(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