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외주제작사도 넷플릭스와 교섭할 수 있을까

입력 2026-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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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박꽃 기자 (@pgot)
▲사회경제부 박꽃 기자 (@pgot)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되는 드라마는 모두 별도의 외주제작사를 통해 만들어진다. ‘외주’라는 단어의 어감이 좀 낡게 느껴져서 그렇지 ‘더 글로리’나 ‘스위트홈’을 만든 스튜디오드래곤, ‘오징어 게임’을 만든 싸이런픽쳐스, ‘지옥’, ‘D.P.’를 만든 클라이맥스스튜디오처럼 굵직한 흥행 업력을 지닌 제작사들이 전부 포함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 드라마 제작과 관련한 일종의 용역계약을 맺고 결과물을 납품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 외주제작사 직원도 넷플릭스를 상대로 ‘교섭’에 나설 수 있을까? 예컨대 고용 안정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달라든가, 촬영 현장의 안전·보건 체계를 세계적인 기준에 걸맞게 구축해달라든가, 전체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을 현실화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며 ‘교섭 테이블로 나오라’고 주장하는 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원칙적으론 성사될 수 없다. 넷플릭스가 외주제작사 직원을 직접 고용한 게 아니라서다. 그동안 이런 요구는 직원을 직접 고용한 외주제작사 대표에게만 할 수 있었다.

최근 흐름은 다르다. ‘직접 고용’하지 않았더라도 현장에서 업무를 지휘하는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되면 외주제작사 직원도 넷플릭스를 상대로 ‘진짜 사장으로서의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며 다퉈볼 수 있다. 법원은 증거에 따라 영상콘텐츠업계에서 외주 및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해온 원고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추세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부터는 근로자 자격을 인정받은 하청 직원이 원청 회사를 상대로 ‘교섭’까지 요구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넷플릭스가 외주제작사 드라마에 캐스팅된 배우의 출연료나 연출, 촬영 등 핵심 스태프의 몸값을 사실상 통제한다면? 촬영 현장에 자사 직원을 출근시켜 ‘일을 잘 하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PD에게 구체적인 수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면? 후반작업 업체를 특정해서 정해준다면? 아마 외주제작사 직원들이 충분히 넷플릭스의 사용자성을 다퉈볼 만한 사례일 것이다. 법원이 그 지배력을 인정한다면 넷플릭스는 당연히 교섭에도 나서야 한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과거와 달리 가능성이 열려있는 시대가 됐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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