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정훈 비투지 대표 “GaN 반도체는 전략물자…韓 자체기술 사수해야” [기술 속국 탈출기⑤]

입력 2026-06-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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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을 비롯한 첨단 산업이 빠르게 확장되며 반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완제품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그 기반에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는 물론 로봇, 디스플레이 등 산업 전반에서 소부장은 기술 한계를 돌파하는 출발점이자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본지는 다양한 산업의 소부장 기업 대표들을 릴레이로 만나 기술 변화의 흐름과 시장에 대한 진단을 들어본다. 현장에서 바라본 기회와 위기, 그리고 산업 생태계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짚어본다.

신정훈 대표, 질화갈륨 반도체ㆍ센서 정조준
2028년 전력반도체 양산·2030년 IPO 목표
“흑백 X레이를 컬러로”…RSNA서 신기술 공개

▲신정훈 비투지 대표가 4월 29일 서울 금천구 비투지 메디컬사업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신정훈 비투지 대표가 4월 29일 서울 금천구 비투지 메디컬사업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AI 반도체 경쟁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정작 AI 데이터센터를 움직이는 핵심은 전력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신정훈 비투지 대표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인 질화갈륨(GaN)이 AI 시대의 새로운 승부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십 년간 반도체 산업을 지배해 온 실리콘(Si)이 고전압·고주파 환경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향후 AI 데이터센터와 방산, 통신, 의료기기 시장을 중심으로 GaN 반도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 대표는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비투지 메디컬사업부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 때문에 반도체가 중요해진 것이 아니라 이제 반도체 자체가 국가 안보 자산이 됐다”며 “GaN은 모든 나라가 확보하려고 하는 전략 물자이며 한국도 반드시 자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리콘 한계 넘는다”…AI 시대 주목받는 GaN

비투지는 현재 고효율 전력반도체와 GaN 기반 방사선 센서를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회사는 2028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고 2030년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의 반도체 생태계 조성 사업 지원 대상 기업으로 선정돼 국민성장펀드 추천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신 대표는 GaN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전력 효율을 꼽았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 데 막대한 비용과 전력이 들어간다”며 “데이터센터 전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AI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실리콘 전력소자는 전력 변환 과정에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지만 GaN은 손실률이 훨씬 낮다”며 “100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보면 전력 손실 1% 차이만으로도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투지에 따르면 서버용 전력반도체의 전력 손실률은 실리콘이 4~6%, 실리콘카바이드(SiC)가 3~4% 수준인 반면 GaN은 1~2%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비투지는 GaN 반도체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막대한 경제적·환경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차세대 핵심 기술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탄소중립 기조가 맞물리면서 향후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GaN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GaN 반도체가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차세대 전력 인프라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실리콘 반도체는 집적도와 전력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발열과 전력 손실이 커지는 한계가 있지만, GaN은 높은 전력 효율과 빠른 스위칭 속도, 우수한 내열 특성을 갖춰 이를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통신장비 등 전력 소비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경제성과 탄소 저감 효과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흑백 X레이를 컬러로”…메디컬 시장 도전장

비투지가 GaN에 주목한 이유는 단순히 전력반도체 시장 때문만은 아니다. 회사는 의료용 방사선 센서라는 새로운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보고 있다.

비투지의 메디컬 사업은 TFT-LCD 기반 의료용 X레이 센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회사는 초기 TFT 디텍터 시장부터 기술 개발에 참여하며 기술 신뢰성을 확보했고, 특히 IGZO 기반 TFT 기술에 집중해 고해상도·저노이즈 성능과 안정성을 높였다.

이를 바탕으로 정형외과와 치과, 이동형 의료장비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으며, 고객 환경에 맞춘 맞춤형 솔루션과 신속한 기술 지원 체계를 경쟁력으로 의료용 X레이 디텍터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 적분 방식 디텍터를 넘어, 포토카운팅 기반 센서가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보고 GaN 소재를 적용한 차세대 포토카운팅 센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신 대표는 “반도체와 메디컬을 합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GaN을 엑스(X)레이 센서에 적용하겠다는 시도 자체가 사실상 세계 최초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전혀 없다”며 “우리가 직접 기술 가능성을 증명하고 시장을 만들어 가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신정훈 비투지 대표가 4월 29일 서울 금천구 비투지 메디컬사업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신정훈 비투지 대표가 4월 29일 서울 금천구 비투지 메디컬사업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비투지가 개발 중인 GaN 기반 방사선 센서는 기존 의료용 X레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대표는 “현재 X레이 영상은 모두 흑백”이라며 “GaN 센서를 적용하면 컬러 영상 구현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구분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보다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 의료 진단 기술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투지는 올해 11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방사선학회(RSNA)에 처음 참가해 해당 기술을 공개할 계획이다.

RSNA는 전 세계 의료영상 산업의 최신 기술과 제품이 공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영상 전시회다.

신 대표는 “올해 RSNA 출품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이 제품은 범용 제품이 아니라 고객 맞춤형 개발이 필요한 만큼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필립스, 지멘스, 캐논 등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보고 있다”며 “RSNA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받고 고객과 공동 개발 기회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aN은 전략물자”…부산에 6000평 팹 구축

비투지는 GaN을 활용한 전력반도체와 의료용 센서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GaN 시장은 통신 소재와 전력반도체 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정부와 업계 역시 해당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정부 과제 3건을 수행하며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의료용 센서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부산 기장군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에 약 6000평 규모의 전용 GaN 파운드리(FAB) 건설을 추진 중이다. 올해 하반기 부지 절차를 마무리한 뒤 2027년 초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 대표는 “현재까지 약 340억원이 투자됐고 공장 건설과 설비 구축 과정에서 1400억~1500억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GaN 웨이퍼는 소재 자체도 비싸고 제조 공정도 실리콘보다 훨씬 어렵다”며 “고순도 단결정 웨이퍼를 만드는 것부터 쉽지 않고, 이후 공정 역시 실리콘 공정을 그대로 활용할 수 없어 별도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국내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신 대표는 “미국과 일본, 중국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GaN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부산을 포함한 지역에 반도체 생태계가 확산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인재 유치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GaN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기술로 봤다.

신 대표는 “GaN은 레이더와 위성통신, 국방 장비에 폭넓게 활용된다”며 “예를 들어 KF-21 전투기의 핵심 장비 중 하나인 AESA 레이더에도 GaN 기술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GaN은 단순한 산업 소재가 아니라 전략 물자”라며 “기술과 소재 이동이 엄격히 제한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핫스탬핑부터 GaN까지…“변하지 않는 수요 찾는다”

주력 매출원은 자동차 부품 사업 역시 비투지의 주력 매출원 중 하나다.

회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차량에 적용되는 핫스탬핑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핫스탬핑은 강판을 약 800도까지 가열한 뒤 고압으로 성형하는 기술로 일반 프레스 대비 높은 강도와 정밀도를 확보할 수 있다.

▲비투지 경주자동차사업장 (사진=비투지)
▲비투지 경주자동차사업장 (사진=비투지)

신 대표는 “현대차 펠리세이드 하부에 들어가는 복잡한 구조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술과 생산라인을 동시에 갖춘 업체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드론과 항공 모빌리티 등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행보다 본질”…신정훈 대표의 사업 철학

인터뷰 말미에 신 대표는 자신의 사업 철학도 털어놨다.

그는 “예전에 두 번 사업에 실패한 적이 있다”며 “돌이켜보면 너무 빨리 변하는 것만 쫓아다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10년 뒤 무엇이 변할지에는 관심을 갖지만 무엇이 변하지 않을지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사업은 결국 변하지 않는 수요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GaN 역시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전력 효율 향상과 고성능 반도체라는 변하지 않는 요구를 해결하는 기술”이라며 “비투지는 그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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