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빚으로 버틴다…골목상권 대출 356조 '역대 최대'

입력 2026-06-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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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대출 6조 증가…3년 6개월來 '최대'
연체율 착시에도 부실 압력 여전…은행권 건전성 부담 확대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 충격이 결국 골목상권의 도미노 부채 위기로 번지고 있다. 서민 경제의 버팀목인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대출이 올해 1분기에만 6조원 넘게 폭증하며 356조원에 육박했다. 매출 가뭄 속에서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를 대출로 돌려막는 한계 차주가 한계점에 다다르면서 자영업발(發) 금융 부실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예금취급기관의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대출 잔액은 355조963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349조8915억원)보다 6조718억원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주목할 점은 대출 증가세의 가팔라진 속도다. 지난해 4분기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대출은 전분기 대비 313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치며 잠시 주춤했으나, 불과 한 분기 만에 증가폭이 6조원대로 폭발했다. 이는 분기 증가폭 기준으로 2022년 3분기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년간 무려 14조1880억원이나 불어났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은 자영업자가 가장 밀집한 대표적 대면 소비 업종이다. 경기 변동에 지나치게 민감한 데다 임대료, 인건비, 원재료비 등 고정비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지는 구조다. 내수 회복 지연으로 손님은 끊겼는데 고정비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운영자금과 생활자금을 빚으로 메우는 흐름이 고착화하면서 상환 여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은행권 창구의 개인사업자대출도 완연한 증가세로 돌아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325조9178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만 1조4854억원 늘었다. 지난해 1~5월 오히려 1조663억원 감소했던 흐름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현장의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됐음을 보여준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의 상환 능력 저하는 은행권의 건전성을 갉아먹고 있다.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고정이하여신)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5조608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327억원 늘어난 수치로, 2019년 1분기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다. 무수익여신은 90일 이상 연체가 발생했거나 부도, 법정관리 등으로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사실상의 ‘부실채권’이다.

자영업자의 부실 압력은 연체율 지표 착시를 걷어내면 더 확연해진다. 지난 3월 말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1%로 전월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전체 원화대출 평균(0.56%)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이는 은행들이 분기 말 건전성 관리를 위해 연체채권 3조원을 강제로 상각·매각해 털어낸 결과다. 연체율 하락을 온전한 부실 완화 신호로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동향에서 내수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 경기 하방 위험이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내수 회복세가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흔들릴 경우 자영업자의 빚더미는 언제든 금융권의 악재로 돌변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대출이 다시 빠르게 늘었다는 것은 현장의 현금흐름이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자영업 밀집 업종은 경기와 금리 변화에 취약한 만큼 대출 잔액 증가보다 신규 연체와 부실채권 흐름을 더 촘촘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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