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 정부는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화두 앞에서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 기틀을 다진 지난 1년의 행보는 기후대응 선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훌륭한 첫걸음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년이 성공적인 에너지 대전환의 튼튼한 기틀을 다진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이 원대한 청사진을 현실로 구현해 낼 실질적인 동력을 냉정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성공적인 에너지 대전환은 결코 정부의 재정 투입이나 하향식(top-down) 정책 드라이브만으로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넘어, 시장의 혁신과 민간의 대규모 투자를 유도할 ‘합리적 시장의 룰(rule)’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에너지 대전환은 의지보다는 실행이 더욱 중요하다. 이제는 에너지 대전환의 약속이 하나씩 실현돼 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탄소중립의 굳건한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늘어나는 친환경 전력을 적재적소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국가 핵심 전력망을 조속히 확충하는 일이 필요하다. 한편 폭넓은 전기화를 통해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노력도 이루어져야 하고 전력 생산과 소비의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진정한 지방 시대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지역별 요금제와 같은 제도적 뒷받침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전환을 이끌 합리적 시장의 룰이란 무엇인가. 그 핵심은 단연 ‘가격’이다. 생산원가와 괴리된 경직된 요금 체계는 소비자의 에너지 효율화 유인을 떨어뜨리고 필수적인 전력망 투자를 지연시키며 궁극적으로는 유연성 자원 등 에너지 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이러한 원칙에 더해 정책 방향에 맞는 세밀한 제도 설계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전력 생산 및 소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균형 발전의 기틀을 제공할 수 있는 지역별 요금제가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합리적 가격 체계를 통해 시장에서 제공하는 기능에 맞는 정당한 보상 체계가 전력시장 내에 확립될 때 비로소 기업과 개인은 가장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선택을 자발적으로 내리게 된다.
아울러 민간의 창의성과 자본이 에너지 생태계로 막힘없이 유입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글로벌 전력 산업은 다양한 신산업의 격전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전력을 소비하는 우리 산업도 무탄소 전력을 사용하는 것이 경쟁력의 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은 다양한 민간 주도의 비즈니스 모델이 수익성을 거둘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전력시장 구조 개편과 규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조치들이 선행돼야 한다. 고속도로의 건설이 반드시 원활한 통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 도약의 기회로 전환한 비전 제시를 넘어 이제는 시장 제도의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정부는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하고 주도하는 선수가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심판이자 ‘룰 세터(rule-setter)’로 거듭나야 한다.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합리적 시장 규칙만이 민간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고 혁신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 출범 1주년을 맞은 지금, 선언적 의미의 대전환을 넘어 일관성 있는 합리적 시장 규칙이라는 단단한 엔진을 달고 전환의 길을 내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