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자본 규제 도입
할인율 조정 등 논의
업계 "속도 조절 필요"

금융당국이 보험업권의 건전성 관리체계 고도화를 위한 첫 회의를 연다. 기본자본 중심의 새로운 지급여력(K-ICS·킥스) 기준을 도입하고 자본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금리 인하 등 불안정한 시장 환경을 고려해 단기간 급격한 규제 강화보다 점진적인 방향으로 추진되길 바라고 있다.
25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이달 30일 건전성 관리체계 고도화 태스크포스(TF) 첫 회의가 열린다.
TF에서는 '기본자본 킥스'의 도입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킥스 제도는 시가평가를 기반으로 한 보험 건전성 규제로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지표다. 현재 킥스 비율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을 합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킥스 비율이 100% 미만일 경우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 킥스 비율 13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킥스에는 자본금, 이익잉여금 등 기본자본 외에도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이 보완자본으로 포함된다. 보험사들은 유상증자 등 기본자본보다 쉬운 방법으로 자본확충을 할 수 있는 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규제 기준을 맞춰왔다.
하지만 최근 킥스 비율 유지를 위해 자본성 증권을 과도하게 발행하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고 금융당국도 '양보다 질' 중심의 자본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에 경영실태평가의 하위 항목이었던 기본자본 킥스 규제를 새롭게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TF에서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의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제도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경과 규정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킥스 비율과 연계된 보험 종목 추가나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등에 대한 기준도 조정하기로 했다. 이로써 납세 및 주주배당 여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50%로 관리하는 캐나다와 유럽 등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참고해 국내 기준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말 대형 생명·손해보험사들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50%~150% 수준으로, 거론되는 기준선을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밑도는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 유상증자 등을 통해 기본자본 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TF는 2026~2027년 할인율 현실화 계획과 건전성 기준상 계리 가정 등에 대한 검토도 진행한다. 보험부채는 보험사가 미래에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으로 회계상 이를 현재 기준으로 환산하기 위해 '할인율'을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이 할인율 기준을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강화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당국의 계획대로 할인율을 줄이면 보험부채가 커지고 요구자본도 늘어 킥스 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최근 금리 인하 등이 반영되면서 킥스 비율이 이미 낮아진 상황에서 보험사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할인율 현실화는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가 평가 기준에 맞게 금리가 높을 때는 제도를 강화하고 낮을 때는 완화하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특정 보험사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시장 환경에 따른 공통 이슈인 만큼 지금 당장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