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편입, 빨라도 2028년…“제도 개혁 속도내야 자본시장 정상화”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또다시 좌절됐다. 글로벌 투자자금 유입이 늘고 코스피가 3000선을 회복하는 등 ‘업그레이드 기대감’이 커졌지만, MSCI는 여전히 한국을 신흥시장(EM)으로 분류했다. 이로써 한국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빠르면 2028년 6월로 미뤄지게 됐다.
MSCI는 24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년 연례 시장 분류 검토 결과’에서 “한국은 여전히 신흥시장에 속하며, 관찰대상국(Watch List)으로의 신규 편입도 이번에 고려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MSCI는 각국 시장을 선진국(DM), 신흥국(EM), 프런티어시장(FM)으로 분류해 글로벌 자산배분의 핵심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8년 한 차례 관찰대상국에 올랐지만, 외환시장 폐쇄성과 공매도·배당 관련 규제 등의 이유로 2014년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된 이후 11년째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절차는 △관찰대상국 등재(최소 1년) △정식 지수 편입 발표(익년 6월) △실제 편입(그 다음해 6월) 등 총 3단계로 구성된다. 이번처럼 관찰대상국에조차 등재되지 못할 경우, 편입 시점은 매년 1년씩 자동으로 미뤄진다. 한국이 내년(2026년) 6월 관찰대상국에 등재된다 하더라도, 정식 발표는 2027년 6월, 실제 지수 반영은 2028년 6월이 된다. 올해 등재 실패로 한국의 선진국 지수 진입은 사실상 2028년이 가장 빠른 시점으로 늦춰졌다.
올해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6월 들어서만 코스피 기준 5조 원 이상 유입되며 ‘MSCI 기대감’이 고조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가 3000선을 회복하는 등 주가 상승과 외국인 수급 흐름이 뚜렷했지만, MSCI는 여전히 구조적인 시장 접근성 문제를 지적했다.
MSCI는 한국에 대해 “공매도 제도의 정상화, 외환시장 개방 등에서 일부 개선은 있었지만, 여전히 규정 변화의 예측 가능성이 낮고, 행정ㆍ기술적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외환시장 관련해서는 “외국 기관투자자의 원화 직접 거래 참여 확대, 외환시장 거래 시간 연장 등은 진전이지만, 옴니버스 계좌 미허용, 등록 절차의 불편, OTC 거래 제약 등으로 실효성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공매도 제도에 대해서도 “3월 재개로 접근성이 개선됐으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여부를 좀 더 관찰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배당 관련해서는 “배당기준일 이전 배당액 확정 제도를 도입한 점은 긍정적이나, 실질적으로 이를 채택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편입 실패가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배당 정책은 일부 개선됐지만, 외환시장 구조와 공매도 규제 등은 본질적으로 폐쇄성이 크다”며 “MSCI가 중요시하는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에서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발표 전까지 증권가와 글로벌 기관들은 한국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평가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MSCI가 지적한 사안들은 대부분 해소된 상태”라며 “현재 시점에서 평가가 나빠질 이유는 많지 않다. 이번에는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블룸버그와 인베스코는 “공매도 재개, 외환시장 개방 확대, 외국인 등록 요건 완화 등으로 예년보다 등재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편입될 경우 2026년 선진국 지수 진입이 가능하며, 최대 300억 달러(약 41조 원)의 패시브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